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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정국' 혼란/ 다급해진 盧대통령,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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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정국' 혼란/ 다급해진 盧대통령,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

입력
2007.01.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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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다급해졌다.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서는 안된다"는 시기상조론에다 정략 공방에 휘말리면서 깜짝 개헌 카드에 대한 여론이 이틀만에 싸늘하게 돌아섰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11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준비했던 여야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이 야4당의 불참으로 사실상 실패로 끝나는 등 정치적 포석이 여의치 않자 국민을 상대로 직접 여론몰이에 나섰다. 개헌 카드를 꺼낸 배경의 진정성을 알리고, 임기 단축 소문 등을 일축함으로써 역풍을 막아보겠다는 자구책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노 대통령은 이날 "개헌 제안은 저의 이해관계로 한 것이 아니다"고 유독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조차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데 대한 강한 부인이다.

노 대통령은 시기상조론을 불식시키는 데도 안간힘을 썼다. "지금 개헌하지 않으면 20년 동안 하지 못한다", "이번에 개헌하면 다음 대통령은 안정된 입지에서 일할 수 있다"는 호소였다.

노 대통령은 개헌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이상 사실상 국회 통과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까지 외면하진 못했다. 노 대통령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면 갑시다"라며 호소했지만 개헌 카드를 밀어붙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대신 "개헌 발의는 임기 중에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며 "설사 성공하지 못해도 저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게 저의 책무"라고 한 발 물러섰다.

노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귀 기울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야4당의 개헌 논의 거부 태세는 분명하고 여당 일부에서도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개헌 발의조차 홀로 해야 할지 모른다. 정치권은 물론 다수의 국민들도 개헌 카드를 꺼낸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 카드가 불투명해지면서 노 대통령은 더 이상 새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임기말 승부수로 던진 카드가 오히려 노 대통령의 레임덕을 재촉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현 국면을 수습하는 게 더 급하다. 노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겠다"고 한 것이나 탈당 문제를 개헌 논의와 연계하는 등 신중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野 개헌찬성 현실적 불가능… 탈당보다 당적 보유에 무게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열린우리당 탈당 여부에 대해 "야당들이 개헌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다면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당리당략 차원이 아니라는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당적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김한길 원내대표 주문에도 똑같이 답변했다.

주변 여건에 관계 없이 개헌 카드를 밀어붙이기 위해 당적을 버리고 중립내각을 구성할지 모른다는 추측과는 다른 방향이다. 한나라당이 개헌의 전제조건으로 대통령 탈당을 요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탈당 보다는 당적 보유에 무게가 실렸다. 통합신당 논의에 박차를 가할 요량으로 개헌 카드를 지렛대로 내심 노 대통령의 탈당을 유도해보려던 여당 지도부의 기대와도 거리가 있다.

노 대통령이 탈당 문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은 당적 이탈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하는 개헌을 전제로 한 탈당ㆍ중립내각 수순은 노 대통령이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 반대로 개헌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에서 불쑥 당적을 정리할 경우 노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을 잃게 된다. 통합신당에 반대하고 당내 친노파 의원들을 보호해야 하는 마당에 아무런 대가 없이 당적을 정리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여당 지도부가 개헌 카드가 나오자마자 탈당과 연계하는 데 대해 노 대통령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당파가 개헌 공론화를 제쳐둔 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기회로만 생각한다는 불신도 갖고 있다.

■ 재신임 연계 가능성 부인… 與와 오찬땐 "내각제 부럽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 논의 국면에서 임기 단축 카드를 쓰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개헌 압박 차원에서 임기 단축을 거론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헌이 무산됐을 경우 조기 대선 실시를 위해 하야할 가능성도 없다는 점을 밝혔다. 개헌 카드의 결말에 상관 없이 내년 2월까지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제가 임기단축을 하겠다고 하면 한나라당이 (개헌을) 찬성하려다가도 안 할 것"이라며 "개헌안에 관계 없이 임기단축은 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노 대통령은 9일 개헌 카드를 꺼낼 때도 이 같은 입장을 밝힐 것을 검토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는 첫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 뒤 대통령의 중도사퇴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개헌 시점을 차기 정권으로 미뤄야 한다는 여론과 한나라당의 반대 등으로 인해 개헌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존심과 명분만 앞세우며 승부를 거는 행보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묘한 해석을 낳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각제 하는 나라가 부럽다"며 "대통령 연임제를 하는 미국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도가 추락하는 상황이 와도 임기를 마쳐야 하는 고통이 있는 반면, 독일이나 영국같이 내각제를 하는 나라는 국민의 신임만 계속되면 임기 제한 없이 국정을 담당할 수 있고 신임이 떨어지면 깨끗이 물러나는 모습이 당당하게 보이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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