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1ㆍ11 부동산대책은 정부와 여당의 절묘한 줄타기이자 교묘한 봉합이라는 평가가 많다. 정부 역시 ‘원가공개 → 분양가 인하’의 효과를 거두면서도, ‘원가공개 → 공급위축’의 부작용은 없도록 건설업체 부담은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1ㆍ11 대책에 따르면 9월부터 수도권 전역과 5대 광역시 등 지방의 투기과열지구의 민간택지내 아파트 건설업체는 모두 7개 항목을 공개해야 하는데, 이중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용 등 5개 항목은 지자체가 지역실정에 따라 조정한 기본건축비만 공개된다. 나머지 2개 항목중에서도 택지비의 경우 비교적 시세에 근접한 감정평가액으로 대체할 수 있다. 반면 가산비용(지하주차장이나 복리시설 건축비 등)은 사업장별로 가산내역과 산출근거가 공개된다.
따라서 원가공개가 ‘지금보다는 더 투명해지지만 여전히 이런저런 이윤은 남길 수 있는’ 형태가 된 셈이다. ‘생색내기용 원가공개’라는 비판과 ‘반시장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분양원가 공개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을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가 20% 정도 인하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8년만에 부활한 분양가 규제가 주택 가격으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이다. 일단 당분간 집값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저스트알 명재광 이사는 “고가 분양에 따른 주변 아파트값 상승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보대출 제한의 파괴력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투기지역에서 1인당 1건씩의 담보대출만 받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이 경우 다주택자들은 대출만기가 도래하면 집 하나를 팔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신규 대출 뿐 아니라 기존 대출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지는 셈이다.
그러나 머지 않아 1ㆍ11 대책의 ‘불완전 봉합’에 따른 부작용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안 그래도 낙관적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의 주택공급 로드맵을 채우기가 더 힘들어 질 것”이라며 “설령 양적으로 공급이 줄지 않더라도 소비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고급 주택 공급이 줄면서 질적인 수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택지비의 경우 매입가가 감정가보다 높은 지역이 많고, 가산비용이 사업장별로 공개된다는 점 때문에 건설업체들의 공급물량 감소와 주택가격 불안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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