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어제 공개된 공무원연금 개혁시안의 내용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개혁'이라는 단어가 아까울 정도다. 국민들에게는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강요하면서 공무원 자신들은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발상이니, 전체 연금 개혁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시안은 외견 상 연금제도의 골격을 크게 바꾸고, 급여기준에 과감한 칼질을 가한 것처럼 보인다. 연금액의 보수기준을 현행 퇴직 전 3년간의 평균임금에서 총 재직기간의 평균임금으로 바꾼 것이나 지급개시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인 점, 신규 공무원에게는 국민연금방식을 적용하는 점등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대신 퇴직금을 대폭 올림으로써 전체적인 수령액은 크게 줄지 않는다. 윗돌을 빼서 아랫돌에 괴는 식이다. 이 때문에 전체 정부의 부담은 초기에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2020~2030년에는 지금보다 더 늘어나는 결과가 나온다.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정부 보전금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개혁으로 도리어 재정부담이 더 늘어난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시안은 또 퇴직자와 재직자들의 기득권은 그대로 보호하면서 새로 들어오는 공무원에게 많은 불이익을 주는 형태여서 일반국민 대 공무원 간의 갈등에 더해 공무원 사이의 갈등까지 조장할 위험도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시늉내기에 그칠 경우 당장 국민연금 개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구조가 전혀 다른 두 연금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개혁으로 나눠질 희생의 짐을 어느 한 쪽에게만 더 무겁게 해서는 곤란하다. 국회 법사위원회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국민연금 개혁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 개혁시안도 공무원 노조 단체들의 조직적인 반대 투쟁으로 더 후퇴할 개연성이 있다.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한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개혁안과 국민 여론을 감안해 납득할 수 있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연금 개혁도 함께 성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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