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구비문학을 연구해온 원로학자가 우리 고사성어와 구전 속담 등의 근원을 정리해 책을 냈다. <입에 익은 우리 익은말> (학고재 발행)을 출간한 김준영(87) 전북대 명예교수. ‘도로아미타불’ ‘쥐뿔도 모른다’ ‘천생연분에 찰떡궁합’ 등 우리 숙어(익은말)와 관련한 설화나 구전 358개와 그 기원에 대한 설명을 담았다. 입에>
“중국의 고사성어는 많이 알고 자주 인용하면서도, 우리 설화에서 우리 말로 이루어진 익은말은 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채 거의 소멸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김 교수는 1970년께부터 문헌을 조사하고 주위에서 들은 것을 모았다. 90년대부터는 전국을 돌며 술집이든 어디든 노인이 모이는 곳이면 다 찾아가 채록했다.
그렇게 모은 익은말은 우스개와 비유가 풍부했고 노골적인 육담도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쥐뿔도 모른다’의 근원은 이렇다. 한 부부가 손발톱을 깎고 문 밖에 버렸더니, 쥐가 그것을 주워 먹고는 남편으로 둔갑, 진짜 남편을 쫓아내고 부인과 함께 살았다.
진짜 남편이 어느날 도사를 만나 하소연하자 도사는 자신이 쓴 부적을 주면서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라고 일러주었다. 도사가 시킨 대로 하자 가짜 남편은 다시 쥐로 변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쥐 X도 모르고 그 놈과 살았느냐”고 핀잔을 주었고, 그래서 ‘쥐뿔도 모른다’의 어원은 기실 ‘쥐 X도 모른다’라는 것이다.
‘도로아미타불’과 관련해서는 한 선비가 등장한다. 얼음이 얇게 언 강을 건너던 선비는 물에 빠질까 겁이 나 “나무아미타불”을 연거푸 염했다. 어느 정도 강을 건너자, 유교를 숭상하는 선비로서 염불을 했다는 것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지랄이나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말에 실은 부담롱(물건을 담아 말에 싣는 농짝)이 강 한가운데 놓여있었다. 다시 돌아가서 가져오려니 아까 “지랄이나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한 죄책감 때문에 겁이 났다. 그렇다고 농짝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강을 다시 건너며 도로 “나무아미타불”을 크게 염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같은 익은말이라도 지방에 따라,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점이 많아 애로가 많았다”며 “실제 우리가 쓰는 익은말은 내가 수집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므로 누군가 나중에 이 책의 내용을 보완해 제대로 된 사전을 내기 바란다”고 했다. 김 교수는 1956~85년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향가문학> <한국고전문학사> <한국고시가연구> 등의 저서를 냈다. 한국고시가연구> 한국고전문학사> 향가문학>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