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개헌 카드를 던진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 수순으로 ‘임기 단축’ 카드를 꺼내 놓을지를 두고 10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추가 카드가 주목되는 이유는 9일 던진 개헌 카드가 현 상태에선 실현 불가능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키를 쥔 한나라당의 개헌 반대가 완강하고, 9,10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국민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많은 국민이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정략’으로 보고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이 ‘탈당에 이은 중립내각 구성’, ‘중대선거구제 제안’ 등을 후속 카드로 내밀어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 수단도 역시 개헌을 관철시키는데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종국에는 ‘임기연계’카드를 꺼내 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대두되고 있다. 개헌안을 발의하는 시점을 전후해 노 대통령이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다는 것이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 “노 대통령의 다음 카드로 중ㆍ대선구제 제안을 곁들인 임기단축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급변할 수밖에 없다. 개헌 반대 여론이 위축되고, 야당 압박 효과도 기대된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 진영부터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대통령이 중도 사퇴하면 60일 이내에 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 경선 룰도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촉박하게 대선을 치러야 하는 대권 주자들로서는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득실을 따지느라 머리를 싸매야 하고,나아가 야권 주자간 분열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노 대통령으로선 개헌을 관철시키지 못하더라도 현재의 판을 흔드는 효과를 거둔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임기를 연계할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8일 “임기단축에 대해 전혀 고려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고,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개헌이 필요한 이유를 좀 더 정확히 알리는 등 당위성을 얘기할 때”라며 “그런 가정법적 논의는 국익에도 백해무익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여당은 어떤 경우든 임기단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권 후보가 가시화돼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중도 사퇴는 한나라당에 고스란히 정권을 갖다 바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문병호 의원은 “임기단축은 그냥 호사가들이 하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임기단축 가능성만 흘릴 뿐 실제 카드를 꺼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카드를 손안에서 계속 만지작대기만 해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노 대통령이 설사 사임하지 않더라도 ‘그만 둘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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