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가스관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한국 근로자 9명이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 납치 과정의 총격전에서 다친 사람이 없고, 납치범들 스스로 제의해 온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니 천만다행이다. 협상이 조기에 타결돼 피랍 근로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빈다.
해외건설 근로자들이 겪어 온 생명과 신체의 위협은 해외건설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다. 중동에서 동남아, 아프리카로 해외 수주가 옮겨갈 때마다 통과의례처럼 납치극을 겪어야 했다.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됐다가 100여일 만에 풀려난 원양어선 선원들이나 이라크에서 목숨을 잃은 김선일씨의 예에서 보듯, 이제는 건설현장만이 아니라 해외사업 전반에 위험요소가 내재한다. 한편으로 비교적 개척 여지가 크다는 해외시장은 날로 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지역이다. 중동이나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이 모두 그렇다.
반면 위험요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외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차피 위험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현실 상 차선책인 안전대책에 기댈 수밖에 없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많이 다듬어졌다지만, 정부와 관련기업의 안전대책이 더욱 두터워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두터운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이번 납치 과정에서 가장 아찔한 순간은 바로 사설 무장경비대와 납치범들의 총격전이었다. 운이 좋아 그 정도였지, 자칫하다간 심각한 인명피해를 부를 수 있었다. 이처럼 무장강화 일변도의 대책은 폭력의 악순환을 통해 오히려 위협을 키우기도 한다.
어떤 형태로든 치러야 할 텃세이고, 최종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인명이라면, 때로는 무방비가 상책일 수도 있다. 짐짓 용기를 억누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따라서 현지 사정을 정확히 분석, 그에 들어맞는 최후의 안전대책을 다양하고도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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