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디자인연구소의 유미연(39) 책임연구원은 ‘색깔 있는 여자’로 통한다. 그가 담당하는 분야가 휴대폰의 색상 등 표면처리와 관련된 컬러리스트이기 때문이다.
유 연구원이 지난해 표면처리를 맡아 성공한 제품은 LG전자의 대표 휴대폰으로 자리잡은 ‘초콜릿폰’과 후속작 ‘샤인’이다. 초콜릿폰은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검은색 표면으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샤인은 은빛의 스테인리스 금속을 케이스로 채택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초콜릿폰과 샤인의 표면처리는 결코 번뜩이는 영감의 산물만은 아니다. 유 연구원은 “초콜릿폰의 색상과 표면 소재 선택은 오랜 기간 철저한 데이터 분석의 결과”라며 “고급스런 검은색으로 숨겨져 있다가 사용자가 건드리면 빛이 나는 은은한 조명을 만들기 위해 6개월 이상 연구했다”고 말했다.
샤인도 비슷한 경로를 통해 만들어졌다. 유 연구원은 “과거에는 금속 소재가 무겁고 차가워 휴대폰 소재로 부담스러웠지만 2000년 이후 디지털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미래 느낌을 내는 소재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일보에서 주관한 피카소 전시회를 관람하다가 그림에서 빛의 흐름을 보고 힌트를 얻어 금속 질감의 푸른 빛을 샤인의 조명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향후 휴대폰 디자인의 경향을 다감각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측면만 강조했으나 앞으로는 냄새 나는 휴대폰 등 시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이 디자인의 주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휴대폰을 돋보이게 하는 조명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색상은 여전히 검은 색이 주를 이룰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는 “컬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용자를 이해 시킬 수 있는 설득력”이라며 “식욕을 돋우는 맛있는 색 등 다감각적인 색깔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유 연구원은 영감을 얻기 위해 영화를 많이 본다. 그는 “영화는 디자인의 총집합체”라며 “판타지와 공상과학(SF)물을 많이 보는데 디자인이 돋보인 <매트릭스> 가 가장 좋았다”고 강조했다. 매트릭스>
유 연구원은 1992년에 덕성여대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 디자인 연구소에 입사해 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다. 97년에 LG전자 디자인연구소로 옮겨 가전과 휴대폰 디자인을 담당했다. 가전 디자이너 시절 흰색 일변도였던 에어컨에 처음으로 따뜻한 붉은 색을 도입해 에어컨의 새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다. 이 덕분에 2003년 한국색채디자인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경쟁사들의 휴대폰 디자인은 더 이상 우리를 긴장시키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고무찰흙처럼 자유롭게 바뀌는 형상의 소재와 디자인의 휴대폰을 개발하는 게 꿈”이라며 “생활의 도구를 넘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 개념을 제품 디자인에 접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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