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통일부장관이 허술하고 신중하지 못한 대북정책 발언을 거듭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한 소신을 선의로 이해하더라도, 발언의 파장과 효과를 냉철하게 헤아리는지 의심스럽다.
겹겹이 난관에 처한 대북정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는커녕 그나마 남은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허무는 모습이 딱하다. 어설픈 이념 논리를 피력하는 무모함을 버리고 정교하게 정책을 다듬어 국민을 설득하는 데 먼저 힘쓰기 바란다.
우리는 북한 핵실험 등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장관이 취임 이래 틈만 나면 인도적 지원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사용한 논법은 이상과 현실, 국가과제와 국민정서의 괴리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 개인적 신념과 정부 목표를 좇는 데 성급한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민감한 대북정책을 경솔하게 다룰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다고 본다.
그제 인터뷰 발언만 해도 그렇다. 이 장관은 미사일 시험발사로 중단된 쌀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은 어떤 정치적 상황에도 영향 받지 않도록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껏 차관 형태로 제공한 쌀을 무상지원 방식으로 바꿀 뜻도 밝혔다. 쌀 지원 재개를 위해 여론과 야당을 설득하는 과제도 벅찬 마당에, 정치적 여건과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을 제도화하자는 제안이 얼마나 폭 넓은 공감을 얻을지 의문이다.
보수여론은 흔히 합리적 논증 없이 대북정책을 시비한다. 그러나 그런 완고한 장벽을 극복하려면 통일부장관의 정책발언은 늘 정교하고 사려 깊어야 한다. 이 장관이 이메일 신년사에서 "북한의 빈곤에 같은 민족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다듬지 않은 서툰 말로 공연히 논란을 부른 단적인 예다.
그제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 정례화를 언급한 것도 정치적 복선을 의심 받기에 알맞은 발언이다. 이 장관은 신통하지도 않은 이념가 노릇을 그만두고 원래 소임에 충실하기 바란다. 쓸데없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지 말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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