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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함께 만든 묵직한 反戰영화 '묵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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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함께 만든 묵직한 反戰영화 '묵공'

입력
2007.01.0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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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공> (墨攻)은 박애주의를 강조하는 반전(反戰)영화다. 촬영 첫날 장즈량(張之亮)감독과 함께 ‘영화가 완성되면 미국 정부에 먼저 보여주자’는 말을 나눴다.”

주연배우 류더화(劉德華)의 말은 한국 중국 일본이 160억원을 들여 만든 대형 프로젝트 <묵공> 의 영화적 성격을 분명히 드러낸다.

때는 중국 전국시대. 대륙 최고의 명장 항엄장(안성기)이 이끄는 조나라의 10만 대군이 인구 4,000명의 양나라 궁성을 노린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양나라 조정은 겸애를 내세우며 약자를 돕는 것으로 유명한 사상가 집단 묵가에 원군을 요청한다. 그러나 묵가에서 파견한 지원군은 혁리(류더화)라는 이름의 전략가 단 한 명. 조정은 항복을 택하려 하지만 “굴복은 곧 죽음”이라는 혁리의 설득으로 항전에 나선다.‘묵공’은 공격적인 지략을 사용해 상대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막는 것을 의미한다.

오합지졸 병력 4,000명이 혁리의 지략으로 정예 10만 대군에 맞선다는 외견만을 보면 <묵공> 은 시신경을 자극하는 호쾌한 전투 장면을 전면에 내세운 <영웅> 과 <연인> <무극> 등의 뒤를 잇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묵공> 은 ‘공갈빵’ 같은 과장법으로 중화주의의 위대함을 은근히 강조하거나 선홍빛 피마저도 화면을 장식하는 도구로 전락시키는 이들 중국형 대형사극과 결을 확연히 달리한다. <묵공> 은 전쟁터의 장대한 스펙터클에 집중하기보다 전쟁의 잔혹함에 몸부림치고 비명을 지르는 고통의 지옥도를 오래도록 클로즈업한다.

영화는 권력 유지를 위한 양나라 왕의 권모술수와 승리만을 좇는 항엄장의 맹목적인 목표의식 등 개인의 덧없는 욕망이 집단적 비극인 전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옳은 것을 알면서도 그른 일을 한다” “한풀이를 위한 도살은 절대 안 된다” “전장에선 산 자나 죽은 자나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등 혁리의 이어지는 대사는 영화의 반전적인 성격을 명확히 한다. 장삿속이 우선해야 할 상업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미덕이다.

주제의 울림은 크지만 이야기의 이음매는 거칠다. 밤에 적진을 염탐하던 혁리가 급작스레 밝은 대낮에 쫓기게 되는 식의 어설픈 장면 연결이나 스크린에서 돌출하는 듯한 컴퓨터 그래픽의 조악함은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한다.

모리 히데키 원작의 동명 일본만화를 옮겼다. 12세, 10일 개봉.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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