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현대차 노조에게 시무식 사태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고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이번 사태는 고비를 넘길 것처럼 보였다.
이 때문에 9일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사과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정작 기자회견에서 “폭력에는 반대하지만 유감이나 사과할 시점이 아니다.
내주 초부터 파업을 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밤 사이에 왜 이렇게 꼬여 버린 것일까.
현대차에는 현 집행부인 민노회를 비롯해 민투위 자주회 등 7, 8개 현장조직이 대립하고 있다. 현 집행부는 지난해 발생한 창립기념품 납품비리의 책임을 지고 이미 사퇴의사를 밝혀 이달 말까지 선거를 통해 새 집행부를 구성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각 현장조직들은 양보와 타협을 얘기할 수 없다. 표를 깎아 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도사퇴의 불명예를 선거에서 만회하려 하는 민노회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평소 같으면 대응노선을 둘러싸고 현장조직들이 강ㆍ온그룹으로 나뉘어 대립했겠지만 선거라는 특수성 때문에 모두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거의 유일한 온건 입장은 현대차 노조 밖의 노동계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사과 권유가 그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현대차 노조 간부 출신이어서 현 집행부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 실제로 이들은 박 위원장 측과 8일 밤부터 9일 새벽까지 계속 접촉하며 사태해결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현대차 노조에 의해 거부되고 말았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무차별 공격으로 노조가 힘과 명분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자본과 노동의 투쟁이라는 국면으로 흘러가는 것은 노동계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때문에 노조에게 많은 얘기를 했지만 노조는 노조 대로 사정이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대차 노조 역시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요구를 전혀 무시할 수 없다. 여론의 반발도 이들로서는 부담이다. 따라서 12일 대의원회의를 통해 파업이 결의되더라도 파업 시작 시점을 당초 예정인 내주보다 다소 연기할 가능성은 있다.
울산=목상균 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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