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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소용돌이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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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소용돌이 유전자

입력
2007.01.0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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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은 고향이 서울이 아님에도 퇴임 후 단 한 명도 귀향하지 않고 서울을 지켰거나 지키고 있다. 서울을 몹시 사랑하나 보다.

고위 관료들도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 봉사하면 좋을텐데 목숨 걸고 서울을 지킨다. 공기업 임원의 74%가 자회사로 재취업한다는 최근 보도가 그 이유를 말해주는 것 같다. 서울만큼 뜯어먹기 좋은 데가 어디 있으랴.

교수들에서부터 예술가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한통속이다. 은퇴 후에도 절대 귀향하지 않는다. 어떤 문인은 솔직하게 그 이유를 밝힌 적이 있다.

서울의 비싼 아파트 팔면 고향에 가 넓은 집을 사서 호사할 수 있지만, 출판사에서부터 언론에 이르기까지 소설 판매에 필요한 모든 기구들이 서울에 있으므로 지방 내려가면 큰 일 난다는 거다. 게다가 심리적으로 '패배자' 느낌을 주어 정신 건강에도 아주 좋지 않다고 했다.

● 중앙을 향한 맹렬한 돌진

어찌 이들 뿐이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현실적인 이유로 서울을 지킨다. 통계청은 뭐하나? 포착하기 쉬운 통계만 내지 말고 전국의 주말부부가 얼마나 되는지 그런 통계도 좀 내면 좋겠다. 직장을 지방에 갖고 있으면서도 자녀교육을 위해 서울에 집을 두고 주말마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인구가 꽤 될 것 같은데, 증거가 없으니 수치를 댈 수 없는 게 아쉽다.

돈 벌어 성공한 사람들 중엔 돈을 학교에 기부하는 착한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데 그간 알려진 사례들을 보면 자기 고향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학교에 돈을 준다. 심지어 지방에 사는 사람도 모교라는 이유로 돈을 서울로 보낸다.

고향 내려와 살아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지만, 영 이상하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게 법과 제도만으로 안되는 일이라면 각 개인의 각성으로나마 보완해야 할텐데 어찌된 게 정반대로 가니 말이다.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외교관으로 지낸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고리 헨더슨은 40년 전 '중앙을 향한 맹렬한 돌진'으로 요약되는 '소용돌이 문화'를 한국사회의 특징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제 소용돌이는 한국인의 유전자가 되었다.

그 유전자가 한국의 초고속 경제발전을 이룬 동력이기도 했겠지만, 가끔 징그러울 정도로 신물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강남의 아파트값 폭등, 아니 '광란'도 따지고 바로 그런 문화의 산물인지라, 누워서래도 침을 뱉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누워서 침을 뱉는다 함은 강남 현상이 강남만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본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강남을 비판하지만 대부분 강남지향적 삶을 거부하면서 비판하는 건 아니다. 자신도 강남지향적 삶을 추구하지만,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과 그 현실에 내재돼 있는 기회의 불공정성에 분노하는 것이다.

● 강남 현상은 곧 대한민국의 본질

지금과 같은 '서울 1극 구조'가 무조건 나쁘기만 한 건 아닐 게다. 좋은 점도 많이 있을 게고, 그걸 인위적으로 갑자기 바꾸려는 시도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으리라. 사실 중요한 건 국가정책보다는 각 개인의 의식이다. 국가정책도 국민적 의식이 결집돼 지지해주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으니 말이다.

성실하게 비용 계산을 해보자. 국민적 합의의 토대를 구축해보자. 그 좋은 고급인력을 대거 모셔다 쓰는 재벌 경제연구소들은 가끔 '재벌' 좀 잊고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런 연구도 좀 해보면 좋겠다. 지금과 같은 '서울 1극 구조'가 과연 우리의 미래인가?

미디어 구조부터 잘못된 게 아닌가? 네 공영방송 채널이 모두 다 서울에 몰려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국민적 관심을 서울로부터 조금 멀어지게 하고 전국적으로 분산되게 하면 국가안보가 위협받는가? 수출이 안 되는가? 소용돌이 귀신님들, 말좀 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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