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주가가 연일 약세다. 자칫하면 ‘1월 효과’가 아니라 ‘1월 악몽’이 될 판이다. 뚜렷한 본질적 악재보다는 프로그램과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따른 일시적 수급불안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조정이 길어지자 수급불안 자체에 이미 악재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종합주가지수(KOSPI)는 8일에도 15포인트 가량 빠지며 간신히 1,370선을 지켜냈다. 경제지표 악화나, 북한 핵실험 같은 증시 펀더멘털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가시적 요인은 없다.
주범은 프로그램 매물의 홍수와 이에 더한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다. 일부 기관과 개인이 매물을 받아내고는 있지만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 올들어 8일까지 5거래일 동안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하고 있고, 외국인은 4,000억원 어치 가량을 순매도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수급불안을 옵션만기일을 앞둔 일시적 공백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증시 전문가들도 보수적인 전망에 좀 더 힘을 싣고 있다.
박석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370선이 무너지면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추세 자체가 악화될 수 있다”며 “200일, 120일 이동평균선이 지나고 있는 1,350~1,360선에서 반등이 나오더라도 강한 탄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도 “수급 악화가 직격탄을 날린 형국”이라며 “작년 말 프로그램 매수에 의존해 상승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비롯한 수급이 불안하면 시장은 악재에 더욱 민감해진다”고 진단했다.
추세적인 조정이라는 좀 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박상욱 서울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지금은 장기간의 글로벌 실물 자산 상승에서 비롯된 증시 랠리가 끝나고 새로운 주도주의 출현을 앞둔 중요한 시기”라며 현국면을 중요한 혼란기라고 규정했다.
박 부장은 “당분간 정보기술(IT)주로의 주도주 이전이 나타나기까지 다양한 악재의 출현이 예상된다”며 “코스피 지지선으로는 단기 1,360을 들 수 있지만 지지를 장담할 수 없고 1,300선 이탈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만약 수급불안이 주가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면 낙폭은 어디까지나 제한적일 것이지만 지금 상황은 예상을 뛰어넘는다”며 “수급으로 표현된 증시불안의 이면에 추세를 흔들만한 변화요인이 잠복해 있다”고 지적했다. 민 연구원은 “최근 유가를 비롯한 국제상품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글로벌 수요부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우리 경제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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