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자 대선주자 기사가 신문들을 도배하다시피 한다. 올 한 해 피할 수 없는 풍경이리라. 그래도 한 가닥 새해다운 바람을 품어 본다.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기대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이기 때문이다. 나 뿐은 아닌 것 같다. 4일자 한국일보는 대선주자인 손학규씨와 이즈미 하지메 일본 시즈오카대 교수가 각각 정상회담에 대해 주목하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들의 분석과 전망도 큰 활자로 뽑혔다. 모처럼 새해를 실감케 된다.
● 많은 국민이 정상회담 희망
최근 민주평통자문회의의 조사결과 국민 33%가 새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 1년 전 조사에 비해 17% 증가한 수치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 새해 성사되었으면 하는 일로 꼽은 첫번째 답이다. 많은 국민이 북핵 실험 후 드리워진 불안이 정상회담에 의해 걷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정상회담만큼 남북관계를 즉각적으로 부드럽게 바꿀 방안도 없을 듯하다. 다음으로 북한의 개혁ㆍ개방(22%), 이산가족 문제의 인도적 해결(18%)을 꼽았다.
올해 대통령에게 그런 기회가 올까? 지난해를 돌아보면 회담은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은 한나라당의 맹렬한 반대로 좌절되었다.
DJ의 방북은 5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북풍'이라는 반대주장에 밀려 6월로 연기됐다. 또 6월에는 북한의 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로 인해 무산되었고, 그 후는 북의 핵실험 때문에 말도 꺼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노 대통령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겹겹이 쐐기를 박고 있다. 지난해 12월 박근혜씨는 "선거용, 국면전환용인 남북정상회담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 뒤 한나라당에서는 "한반도 안보를 팔아먹는 정략적인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 "남북정상회담을 대선에 활용하려 하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 넘기는 것이 맞다"는 주장들이 이어지고 있다.
2000년 DJ의 방북으로 이뤄진 남북공동선언에서는 자주적 통일과 1국가 2체제의 통일방안 협의, 이산가족 문제 해결, 남북교류의 활성화 등이 구체적으로 표명돼 있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을 선거운동 차원으로 보는 것이 합당한가? 한나라당 대선주자라도 "정상회담이 북핵 위기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하라"는 손학규씨의 발언에서는 현실적이고 탄력적인 통찰이 읽힌다.
그러나 또한 회담의 목표를 핵 위기해결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 민족의 목표와 이상은 핵 위기해결을 넘어 평화와 통일이기 때문이다. 앞의 여론조사에서도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63%를 차지했다.
통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린이들도 잘 안다. 최근 케이블TV 투니버스의 조사에 따르면, 3,579명의 어린이 중 53%는 남북통일에 대한 질문에 '통일은 하루 빨리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 남북관계 평화체제로 바꿔야
그러나 여론조사 상의 뜨거운 희망과 상관없이, 일부에서는 정상회담과 통일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다. 국내 언론도 대부분 호의적이지 않다. 평통자문회의의 여론조사도 '민중의 소리'와 '폴리뉴스'라는 매체에서만 읽을 수 있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도 신뢰하기 어렵다. 그는 말로는 민족과 통일을 외치면서도 남한을 답방하겠다는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 "남북한 상호가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도 북한도 통일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자세를 전혀 읽을 수 없다"는 이즈미 하지메 교수의 진단이 아프다.
장벽을 뚫고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으면 한다. 그의 업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2000년 이후 구축한 남북협력의 성과가 후퇴하거나 물거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뤄져야 한다. 회담에 의해 지금의 불안정한 관계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나아가 통일로 한 걸음을 더 내딛어야 할 것이다. 회담은 평화로 뻗은 지름길이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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