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해외 유학ㆍ연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2011년에는 유학ㆍ연수 부문의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학과 연수로 우리나라가 해외에 까먹는 돈이 5년만 있으면 지금의 3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기업이 해외에 물건을 팔아 남긴 돈(상품수지 흑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이다.
장치순 중앙대 교수는 8일 한국산업경제학회에서 발간하는 ‘산업경제연구’에 기고한 ‘국제수지 관리를 위한 유학 및 연수경비의 예측’ 보고서에서 2007∼2011년 해외 유학ㆍ연수비 규모를 전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해외 유학ㆍ연수 목적으로 지출한 비용은 2000년까지만 해도 10억 달러가 채 안되었다. 그러나 2001년 10억6,000만 달러를 기록한 뒤 4년 여 만인 2005년에 33억7,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또 총 유학생수는 2001년 27만 명에서 2005년 43만 명으로 1.6배가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조기 유학생 숫자는 이 기간 2.6배가 늘어나, 조기유학이 유학ㆍ연수 적자를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앞으로도 해외 유학ㆍ연수비 지출은 급증세가 지속돼 올해 45억 7,000만 달러, 내년 54억7,000만 달러에 이어 2010년에는 82억9,000만 달러, 2011년에는 103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녀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증대할 수밖에 없지만, 해외 유학과 연수를 국내로 돌릴 만한 여건이 갖춰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의 미흡한 교육여건 때문에 해외에서 국내로 유학ㆍ연수를 목적으로 들어오는 돈은 거의 없다”면서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해외 유학ㆍ연수비 지출이 그대로 유학ㆍ연수 부문의 수지적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국내의 외국인 학생 수는 3만3,000명에 불과하며, 전체 대학생 대비 외국인 학생 수의 비중(2004년 기준 0.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3%)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일본(2.9%)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이 해외에 물건을 팔아 열심히 돈을 벌어와도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장 교수는 “국민소득이 늘어나면 상품 수입과 해외여행의 증가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구조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국민소득 2만 달러라 넘어서면서 해외여행이 급증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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