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앞두고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신경전과 샅바싸움이 신년 벽두부터 뜨껍다. ‘빅2’ 진영이 첨예하게 대결하는 쟁점들을 세 차례로 나눠 짚어본다.
‘사전 검증’문제를 바라보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 사이엔 날선 긴장감이 서려 있다. 일견 두 사람은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대선주자 사전 검증은 필요한데, 나는 자신 있다’고 말한다. 과거 후보의 결정적 약점이 대선 패배의 빌미가 됐던 한나라당으로선 철저한 사전 검증을 통한 후보 선출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사전 검증’에 대한 두 사람의 속내와 계산은 크게 다르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경북 포항을 찾아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질문을 받자 “앞으로 많은 검증 작업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달리 말해 검증을 거치면 지지율 조정이 있을 것이란 의미다. 그 뒤 박 전 대표 진영은 검증을 위한 당내 기구를 만들자는 얘기까지 했다.
박 전 대표측은 도덕성ㆍ자질 검증이 이 전 시장쪽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 지지율에서 밀린 박 전 대표측은 후보 검증을 경선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이는 시중에 떠도는 ‘여권이 이 전 시장 X 파일을 갖고 있다’는 소문과도 맥이 닿아 있다.
검증 방법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일단 언론 등에서 해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직접 나설 의사도 있는 것 같다. 박 전 대표측의 한 의원은 “6월 경선 전에 우리쪽에서 정확한 팩트를 갖고 이 전 시장의 정책과 도덕성을 검토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은 일단 방어적이다. 우선 “뜬구름 잡지 말라”고 말한다. 이 전 시장측은 박 전 대표쪽이 주장하는 ‘검증’은 ‘검증이 아니라 네거티브 공세의 연장선’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최근 당내 대선주자가 모인 자리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에 대한 허위 사실을 직접 소개했다. “내 이름이 명치시대의 명이고 이등박문의 박이라며 엄마가 일본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뜬소문을 거론하며 검증 공세를 펴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 전 시장측의 한 의원은 “지지율이 열세에 있더라도 할 일, 안 할 일을 가려야 할 것”이라며 박 전 대표측을 겨냥했다.
이 전 시장측은 정책 검증 외에 도덕성 자질을 검증할 방법과 수단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얘기도 한다.
또 다른 측근은 “이 전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과정과 재직시에도 샅샅이 검증을 당했다”며 “결국 여권이 찾다 찾다가 꺼낸 것이 황제 테니스 정도 아니었느냐”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 전 시장측은 별도 팀을 꾸려 시중에 떠도는 각종 설을 모으고 검토하는 작업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 진영은 박 전 대표를 검증하겠다는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 박근혜 "이번 대선은 野 vs 與·北"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8일 “이런 식으로 정부가 (북한에) 끌려 다니다가는 대선이 여와 야의 대결이 아닌 야당 대 북한ㆍ여당의 합작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과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개인 사무실에서 가진 새해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북한이 대한민국 내정에 노골적으로 간섭하고 대선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희한하게도 정부는 사과나 해명 요구를 한 적이 없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그간 자주를 외치고 할 말 하겠다고 했으면서 왜 한 말씀도 없는지 의아하다”고 질타했다. 박 전 대표가 북한과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분야인데다 북한의 움직임이 현실적, 물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가 집권하면 자신들 뜻대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해 한나라당 집권을 막으려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사과와 해명,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관광, 식량.비료 지원 중단을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이면 몰라도, 평화협정이나 연방제 등에 끌려 다니는 회담은 나라에 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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