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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0년 위기를 이겨낸 사람들] <4> 종업원 기업으로 거듭난 '키친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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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0년 위기를 이겨낸 사람들] <4> 종업원 기업으로 거듭난 '키친아트'

입력
2007.01.0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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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 손목이 날아갔다/(중략)/36년 한 많은 노동자의 손을 보며 말을 잊는다.” _ 박노해 <손무덤> 중.

시인은 안전장치가 풀린 프레스기를 손가락ㆍ손목의 ‘무덤’이라 했다. 실제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주방의 명품’㈜키친아트(구 경동산업)는 한때 ‘산재(産災)의 대명사’로 통했다. 1985년 입사한 허현수(45)씨는 “온종일 기계 굉음에 시달리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절단 사고는 으레 겪는 일상사였다”고 회상했다.

경동산업의 몰락은 필연이었다. 빈발하는 산업재해와 부당해고, 집단분신 시도에 이르기까지 노사의 극한 대립이 이어졌다. 인건비 상승과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치명타였다. 결국 키친아트라는 브랜드로 주방용품을 생산했던 경동산업은 93년 부도를 맞았다.

외환위기의 거센 파고는 회생의 기회마저 앗아갔다. 원가 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도입한 자동화 설비는 일감이 없자 쓸모없는 쇳덩이로 변했다. 2000년 4월 ‘키친아트’란 이름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 때 노동자들이 일어섰다. 박선태 전무는 “회사는 애증의 대상이지만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며 “‘우리가 한 번 회사를 운영해보자’는 도박 같은 생각이 싹튼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공장을 지키던 288명은 모험을 택했다.

이들은 퇴직금 대신 브랜드 ‘키친아트’를 넘겨받아 브랜드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종업원 3,000여명에 연 매출이 800여억원에 달했던 과거의 경동산업은 잊고 단돈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출발선에 섰다.

협력업체와의 무너진 신뢰관계는 거대한 벽이었다. 박 전무는 “노동자 인수기업이라는 막연한 의구심과 경동산업에 당한 피해의식 탓인지 다시 거래하기를 꺼려했다”고 말했다. 이후 6개월은 회사의 존망을 가늠하는 분수령이었다. 전국에 퍼져 있는 70여개의 협력업체에 “노동자가 주인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당신들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고 발로 뛰며 읍소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협력업체는 ‘키사모’(키친아트를 사랑하는 모임)는 결성할 정도로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생산과 유통 판매 등 경영 전반에 가한 일대 혁신도 ‘노동자 기업’이라는 우려를 씻어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전면 도입은 원가 절감으로 이어졌다.

기다림은 결실로 나타났다. 연간 500억~600억원에 달했던 재고량은 백화점ㆍ할인점(40%), 도ㆍ소매점(40%), 홈쇼핑(20%)으로 판로를 다변화한 결과 5억~6억까지 떨어졌다. 영업 첫해인 2001년 700여억원의 매출로 이전 수준을 금세 회복한 이래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지난해 가을에는 일본 홈쇼핑 업체와 5,000만원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시장의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기쁨은 대단했다. 동종업체보다 비싼 가격에도 국내시장 점유율 1위(60%)를 지키고 있는 데에는 이 같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한몫하고 있다. 모두 미래를 내다보고 생존 키워드로 정한 ‘다품종 고급화’ 전략 덕분이다.

전창협 대표는 “매년 이익배당금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나눔 경영의 실천은 노동자 기업의 숙명과도 같기 때문이다. 온정이 살아 숨쉬는 ‘따뜻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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