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이클의 대들보’ 장선재(23ㆍ대한지적공사)가 다시 스파이크 끈을 조여 맸다.
지난 12월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첫 3관왕을 차지하며 일약 한국 사이클의 간판으로 떠오른 장선재는 3주간의 꿀맛 휴식을 접고 지난 7일 제주도에서 동계훈련에 들어갔다. 2월 초에는 장소를 전남 강진으로 옮겨 20일 가량 2차 전지훈련을 갖는다.
# 제주~강진 동계훈련 '올림픽 메달 목표' 구슬땀4Km 개인추발에 새로운 종목까지 '전략적 도전'
이번 전지훈련에서 장선재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 전략종목인 4㎞ 개인추발과 함께 포인트레이스와 메디슨 정복에 나선다. 장선재의 4㎞ 개인추발 기록(4분30초782)은 아시아기록(4분29초676)에 근접했지만 세계기록(4분11초114)과는 무려 19초차. 현실적으로 올림픽 메달이 쉽지 않다. 포인트레이스와 메디슨은 서울시청 소속이던 2003년 이후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을 만큼 생소한 종목. 하지만 한국 사이클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 과감하게 포인트레이스와 메디슨에 도전장을 냈다.
800m에서 1만m
육상에 비유하면 개인추발 4㎞는 800m, 40㎞를 달려야 하는 포인트레이스는 1만m에 해당한다. 메디슨은 포인트레이스와 방식이 비슷하며, 다만 2명이 교대로 50㎞를 주파해야 한다. 따라서 강한 체력과 지구력은 필수요소.
장선재의 아버지인 장윤호(47) 대한지적공사 중ㆍ장거리 감독은 “2월 랑카이대회 출전을 고려했으나 무리가 따를 것 같아 포기했다. 대신 6월 남아공 세계선수권대회(B급)에 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아공대회는 세계랭킹 150위 밖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로 1, 2위에게만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장선재의 최종 목표는 내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사이클 사상 최초로 메달을 따는 것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최고 성적은 2000년 시드니대회 때 조호성이 포인트레이스에서 기록한 4위.
“목표는 동메달이지만, 모르는 겁니다.” 수줍은 듯한 목소리지만 은근한 자신감이 묻어 났다. 일단 목표는 동메달이지만 경기 당일 컨디션과 운에 따라 금메달도 가능하다는 당찬 포부다.
영원한 아마추어
구리 동화중 1학년 때부터 자전거를 탄 장선재는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영원한 ‘아마추어’로 남기로 했다. 상당수 선수들이 나이가 들면 경륜으로 전환하는 게 현실이지만 2014년 아시안게임까지 개인추발 4㎞에서 3연패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실리보다 명예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낯선 길에 접어든 장선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든든한 지원이다. 올해에만 국제대회 출전 및 전지훈련이 5, 6회 예정돼 있다. 장선재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시안게임 3연패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연간 6억원을 사이클 연맹에 지원했다. 사이클이 그저 유니폼 한 벌에 자전거 한대만 있으면 되는 종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이클 한 대 가격이 2,000만원을 넘는 것도 있다.
요즘 장선재는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는 말을 피부로 느낀다.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른 뒤 스폰서 업체도 5곳이나 생겼다. 하지만 사이클이 여전히 비인기종목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아시안게임 출국장에서 (사람들이) 야구선수들에게만 쏠리더라고요. 온국민이 자전거는 타면서 왜 자전거 경기엔 관심이 없는 거죠? ”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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