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발표된 <민주주의는 좋은 것(民主是個好東西)> 이라는 논문이 중국은 물론 외국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 간부 위커핑(兪可平ㆍ48)이 쓴 이 논문은 올 가을 17차 당대회를 앞두고 권력 내부에서 진행 중인 민주주의 논쟁과 정치개혁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1,800여자의 논문은 “민주주의는 인류가 창조한 정치제도 중 가장 좋은 제도”라고 규정했다. 또 “민주주의가 기본인권을 보장하고 기회의 평등을 제공한다”며 “의식주가 보장되더라도 민주주의가 없으면 인류의 인격은 불완전하다”고 강조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방미 도중 “민주화가 없으면 현대화도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을 연상시킨다.
위커핑은 또 민주적 절차를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게 여기는 관료사회를 꼬집었다. 하지만 국민주권적 민주주의보다는 고위인사 선거제 등 절차적 민주주의만을 강조하는 한계를 보였다.
이 논문은 내용뿐 아니라 유통경로, 저자 등의 측면에서 심상치 않다. 지난해 10월 베이징시 기관지가 이 논문을 실은 뒤 인민일보, 학습시보 등 주요 당정 관영매체들이 잇따라 게재했다. 권력이 전폭적으로 밀어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의 논문은 또 방담론 형식의 책에 수록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 위커핑도 녹록치 않은 인물이다. 홍콩 피닉스위성TV에 따르면 장쑤(江蘇)성 샤오싱(紹興) 출신의 위커핑은 베이징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고 공산당 중앙편역국 부국장 겸 비교정치학 및 경제연구센터 주임으로 있다. 그는 베이징대 교수로 갈 수도 있었지만 당 고위인사의 눈에 들어 당에 들어가 후진타오 주석의 정치보좌 역할을 맡고 있다.
홍콩 언론들은 이 논문이 후 주석의 정치 성향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 민주화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는 “민주, 인권은 중국 인민 전체의 요구로 공산당 매체들이 민주주의 찬가를 외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 관측통들은 후 주석이 17차 당대회를 통한 대폭적인 지도부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기 위해 민주주의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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