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의 비밀을 쥐고 있는 ‘암흑물질’(Dark Matter)이 최초로 국제연구팀에 의해 입체적으로 관측됐다.
미국과 일본, 유럽 연구자들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허블 우주 망원경 등으로 약 80억 광년 떨어진 폭 최장 2.7억 광년의 암흑물질 존재를 입체적으로 포착했다. 연구팀은 또 암흑물질의 내부와 주변에 은하가 모여있다는 사실도 증명해 은하 형성에 암흑물질이 관여하고 있다는 기존의 이론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의 관측 보고서는 9일자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인터넷 판에 게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은 은하의 비틀어짐 현상(중력렌즈효과)에 착안해 사자자리 방향으로 있는 50만개의 은하와 그 주변을 집중 관측했다. 우주공간에 설치된 허블 망원경으로 600회 이상 반복 관측해 암흑물질의 분포를 특정했으며, 일본 국립천문대의 스바루 망원경을 이용해 은하와 암흑물질의 위치를 포착했다. 연구팀은 관측 결과 암흑물질도 은하와 같이 비균질적으로 분포하는 등 암흑물질과 은하의 분포 형태가 닮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암흑물질이라는 개념은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79)이 처음 제기했다. 우주에 질량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스스로 빛을 내거나 반사하지 않기 때문에 광학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물질을 말한다. 분광(分光)측정에 의해 은하의 회전속도를 산출했는데, 은하의 ‘눈에 보이는’ 물질 분포로 상정되는 회전속도와 커다란 차이가 있어 암흑물질의 존재가 추정됐다.
우주 전 질량의 22%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은 우주의 탄생에서 별과 은하가 생성하기까지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천문학계의 오래된 수수께끼로 연구돼 왔다.
이번 관측은 우주탄생과 관련된 그 동안의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결정적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암흑물질 자체의 실상이 밝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천문학계는 새로운 숙제를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할 상황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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