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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군대에 놀러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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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군대에 놀러 가나

입력
2007.01.0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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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닭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나라가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닭나라. 그런데 족제비 여우 늑대가 차례로 쳐들어와 닭을 잡아먹었습니다. 열 받은 닭들은 군대를 만들어 수탉들을 징집했습니다.

피나는 훈련으로 주몽의 다물군 같은 정예 병사를 양성했다고 자신했지요. 그러나 적들이 나타나면 칼질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무서워서 도망치기 일쑤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동물사회에 전설처럼 퍼졌고, 도를 닦아 동물들의 언어까지 이해할 수 있는 도인들 사이에 회자됐습니다. 그리고 도인 몇몇이 사람들에게 얘기해 줘 세상에도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 후로 사람들은 군기가 엉망인 군대를 닭나라 군대라고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닭나라 군대는 발음대로 당나라 군대라고 불리게 됐습니다.'

군기 빠진 군대를 흔히 당나라 군대라고 한다. 당나라는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강대국인데 왜 이렇게 부르는지 이상해 여기저기 뒤져 보니 이런 황당한 스토리가 있었다. 반면 이 말의 어원에 대한 훨씬 그럴듯한 가설도 있다.

'일본인에게 중국은 항상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아편전쟁 애로호사건 등을 보면서 중국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것은 일본이 청일전쟁에 나선 이유이기도 했다.

청일전쟁 당시 일본은 규율도 없는 오합지졸이라는 의미에서 중국군을 당나라 군대라고 부르면서 일본군의 사기를 높이려 했다. 당나라라는 명칭을 쓴 것은 중국을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당나라이기 때문이다.'

군대는 전투를 위한 조직이지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조직은 아니다.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강한 규율을 세워야 한다. 그런 규율이 없는 군대가 바로 당나라 군대다.

그런데 한국군이 당나라 군대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아들을 군대 보낸 어머니들이 함께 면회를 가서 지휘관에게 "잘 봐 달라"며 촌지를 준다는 소문이 떠돌고, 병장이 이병 무서워 제대로 통제를 못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것이 요즘 한국군이다.

국방부는 1일 군인복무기본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상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장병이거나 명령권자가 아니면 병사가 다른 병사에게 지시ㆍ간섭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사고가 자유롭고 개성이 강한 신세대 특성에 맞춰 군대문화를 바꾸려는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 그러나 이것이 규율을 완전히 와해시켜 이미 당나라 군대 소리를 듣는 한국군을 더 군기 빠진 군대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군인복무기본법안대로 시행하면 엄청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가령 병장이 쫄따구(하급자)에게 벌로 변기청소를 시켰다고 하자. 쫄은 따진다. "이거 소대장의 공식 명령인가요. 아니면 병장님이 명령권을 갖고 있나요." "그건 아닌데."(병장) "그럼 안 할래요."(쫄) "그래도 해."(병장) "그럼 고충심사위원회에 제소할래요."(쫄)

더 심각한 것은 전시다. 평소 작은 일에 잘 따르지 않던 병사들은 전시에 중요한 공식 명령이 떨어지더라도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군인복무기본법안에는 구타 등 사적 제재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군대문화라고 할 수 있는 작고 구체적인 부분까지 규칙을 세우는 것은 곤란하다. 이 부분은 조금씩 분위기를 바꿔가는 것이 옳은 일일 것 같다.

이은호 사회부 차장대우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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