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부에서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에 대한 2선 후퇴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도부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공론화하기 시작했으며, 탈당을 고민 중인 의원들도 이 같은 고언을 쏟아내고 있다.
박병석 의원은 8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진정한 지도자라면 당이 어려울 때 자기 희생을 전제로 결단을 해야 한다”며 “당의 진로를 위해 자신의 진정성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5ㆍ31 지방선거 직후 가졌던 위기감이 최근 상당히 엷어진 것 같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대기업 CEO 출신으로 김 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계안 의원은 이날 탈당을 시사하면서 “지금은 ‘질서 있는 통합’을 운운할 때가 아니라 모두가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조속히 신당 창당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을 비롯해 전현직 지도부 7명이 염동연 의원의 탈당 문제를 논의하던 자리에서 내린 결론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전날 전현직 지도부 모임에서도 일부 참석자들이 신당 논의 과정에서 두 사람이 자중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장측은 “지금은 평화개혁세력의 미래와 비전을 구체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정치적 냉소만을 불러일으킬 2선 후퇴 요구를 계속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정 전 의장측은 “2선 후퇴론을 제기하는 인사들은 도대체 신당 추진의 동력을 어디서 찾으려는지 모르겠다”며 “고건 전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거든 자신들의 진로부터 명확히 하는 게 옳다”고 비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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