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바르샤바 대주교 스타니슬라브 빌구스(67ㆍ사진)가 7일 ‘공산당 스파이’ 노릇을 했던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임했다.
바티칸 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빌구스 대주교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12월 6일 25년간 바르샤바 대주교를 지내고 있는 요제프 글렘프 추기경 후임으로 빌구스 주교를 임명했다. 빌구스 대주교는 1999년부터 플로크에서 주교직을 수행해왔다.
폴란드 언론은 빌구스가 바르샤바 대주교로 임명되자 공산정권 시절인 60년대부터 20년 넘게 동료 사제들의 동태를 비밀경찰에 알려주는 정보원 노릇을 했다고 보도하며 ‘도덕적 스캔들’이라고 비난했다. 빌구스 대주교는 “비밀경찰과 접촉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직자들의 어떤 정보도 준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빌구스 대주교 문제를 조사해 온 가톨릭 교회역사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빌구스가 폴란드 비밀 경찰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통신사인 PAP는 “빌구스가 비밀경찰에게 서독으로 유학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폴란드 가톨릭 교회는 80년대 레흐 바웬사가 주도하는 자유 노조 연대(솔리다리티) 활동에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며, 선종한 폴란드 출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89년 폴란드 공산당 정권을 붕괴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폴란드 교회 역사가들은 “가톨릭 사제 중 10% 정도가 소련이 통제했던 폴란드 정부에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으로 협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 당국은 이들의 이름을 공개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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