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단정한 유니폼을 입은 여성이 손님의 테이블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음료 주문을 받는 이 곳은 패밀리 레스토랑이 아닌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다. 눈높이 서비스를 추구하는 이 성형외과에서는 리셉셔니스트로 불리는 여성들이 대기실에서 20가지가 넘는 음료 메뉴에서 주문을 받고, 진료실까지 가방과 옷가지를 들어 준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배웅을 하는 것도 이들의 기본 예절이다.
병ㆍ의원 서비스가 백화점이나 호텔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진화하고 있다. 질병치료가 아닌 심미(審美)치료가 주가 되는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등 분야의 서비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경기 의정부의 임플란트 전문 치과 병원은 놀이방과 PC방을 만들어 자녀가 있는 환자를 부르고 있다. 진료를 받거나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놀이방에서 신나게 놀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부담이 없다. 간호사들이 돌아가면서 놀이방 담당교사로 배치돼 어린이들을 돌본다.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들도 기다리는 짬짬이 인터넷으로 볼 일을 본다.
서울 강남의 C 피부과는 모발이식 환자가 수술을 받는 동안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액정디스플레이(LCD)를 수술대 천장 바로 밑에 달아 두었다. 모발이식은 수술의 고통이나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수술 시간이 길어 환자가 지루해 한다. 때문에 수술 전 환자에게 미리 2, 3편의 영화를 고르게 한 뒤 수술과 회복시간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 피부과 최광호 원장은 “환자가 수술 중 스트레스를 덜 느끼면 모근의 생착률(모근이 두피에 자리잡고 자라는 것)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의 A 피부과·성형외과는 손님들이 대기시간에 지루하지 않도록 대기실에서 깜짝 이벤트로 마술을 선보인다. 모든 직원에게 인사예절, 화법, 전화응대, 이미지 메이킹, 상황별 노하우 등 고객 응대법을 교육한다. 이 병원의 내부는 작은 갤러리 분위기다. 화가 김병종, 박강성씨 등의 그림이 곳곳에 걸려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도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접어들면서 고객감동경영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이 본연의 의료서비스의 질과는 무관하게 비용상승만 초래한다는 지적도 없지않다. 한 관계자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서비스도 좋지만 진료와 수술의 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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