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 금감원 전현직 간부 2명이 체포됨에 따라 삼주산업(전 그레이스백화점) 회장 김흥주씨의 금고 인수 로비 과정에서 금감원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지원했는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감원 유착 의혹 사실로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1년 110억원에 골드상호신용금고(현 솔로몬저축은행) 주식 276만주(지분율 30%) 및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노조측의 반대로 인수에 실패했다.
당시 금고 노조측은 “10억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100억원을 신용금고에서 빼내 지급하려 한다”고 주장했었다. 자금력도 없이 굴지의 금고를 삼키려 한 것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당시 금감원 고위간부 L씨가 비은행검사1국장이었던 김 부원장에게 김씨를 골드금고에 소개하라고 지시했으며, 김 부원장은 김씨의 금고 인수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L씨는 김씨와 오랫동안 친분이 있던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부원장은 검찰에서 “L씨 소개로 김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나, 당시는 금감원이 나서 부실금고 인수자를 적극 소개해주는 것이 관행이었다”면서 금품 수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현직 금감원 부원장인 김중회씨를 긴급 체포한 점에 비춰 이미 김씨로부터 금품 공여 진술과 정황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4일 긴급체포된 신상식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은 김씨가 2002년 말 9억원짜리 어음을 할인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배서(보증)까지 해준 사실이 확인됐다.
신씨는 2003년 초 김씨의 부도로 어음 9억원을 대신 갚은 이모(48)씨에게 전남 Y금고에서 20억원을 대출받게 해주는 과정에서 대출압력을 행사하고 김씨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신씨는 “김씨와는 친형처럼 알고 지낸 사이다. 김씨 부탁으로 보증을 섰으며, 1억원은 단순 대차 관계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ㆍ관계, 검찰 비호 세력도 밝혀지나
김씨는 김대중 정부시절 금융계는 물론 법조계와 정ㆍ관계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한 마당발로 알려졌다. 김씨가 운영하다 부도가 난 스페이스테크놀로지사의 각자 대표를 역임한 한 인사는 야당 대권주자의 친형이다.
또 김씨는 감사원 감사관 출신 김모(2002년 자살)씨를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삼주산업 대표로 영입하기도 했다.
현직 검찰 간부 중에도 김씨와 호형호제한 인물들이 3,4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가 정ㆍ관계와 검찰 내부의 비호 세력을 밝히는 쪽으로 확대될지 관심이다.
김씨 사건이 주목받은 것도 김씨가 2001년 대검찰청 범죄정보수사팀의 내사를 받을 당시 친분이 있던 K검사장을 통해 수사 무마를 시도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법무부는 지난해 감찰 조사를 벌여 K검사장이 당시 범정 수사관을 만나 김씨 사건과 관련해 부적절한 청탁을 한 사실을 확인, K검사장을 좌천성 인사 조치했다.
당시 K검사장도 김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김씨가 해외도피 중이어서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다. 서울서부지검은 현재 대검 감찰부로부터 수사 자료를 건네 받아 이 부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도권 지검의 현직 부장검사가 변호사 시절인 2001년 김씨와 16억원대 돈거래를 한 사실도 드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해당 부장검사는 “2000년 김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돈거래 시점이 K검사장의 사건무마 시도 무렵이어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씨는 인터폴적색수배자이면서 여권행정제재 상태인데도 입국시 공항을 무사통과하는 등 비호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행세를 해왔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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