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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비정규직 보호법'/ 법의 혜택은 멀고, 현실의 해고는 가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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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비정규직 보호법'/ 법의 혜택은 멀고, 현실의 해고는 가깝고…

입력
2007.01.0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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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銀 3,100명 정규직 전환

우리은행 수도권 지점에서 창구 일을 하는 신하나(26ㆍ여ㆍ가명)씨의 새해는 희망으로 가득하다. 2개월 후면 2003년 계약직으로 입사한 이후 굴레처럼 달고 다니던 비정규직 딱지를 떼고 드디어 정규직이 되기 때문이다. 은행 측이 비정규직 3,100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기로 한 덕이다. 5월에는 결혼도 한다. 그는 “은행 측이 이렇게 결정한 데에는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보호법이 큰 영향을 준 것 아니겠냐”며 함박 웃었다.

#2, 3년 다니던 회사서 해고

송원식(29ㆍ가명)씨의 새해는 우울하다. 지난 연말 그는 3년 동안 계약직으로 다녀 온 유명 전자회사에서 해고됐다. 입사 때부터 ‘말만 계약직이지 10년이고 20년이고 일할 수 있다’던 회사 측의 태도가 바뀐 건 지난해 2월 비정규직 보호법이 나오면서 부터다. “회사로선 ‘고용한 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줘야 한다’는 법 규정이 부담스러웠겠죠. 2년 넘은 사람들부터 쫓아내더니 저도 결국 못 버티고 나왔어요.”

7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량해고 사태가 올 것”이라는 비관론이 있지만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논란은 ‘2년간 비정규직 근로자를 사용한 뒤에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에서 비롯된다. 비관론자들은 “2년 후 정규직화 규정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해 2년이 되기 전에 비정규직들을 무더기 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전산업무 계약직으로 일하는 김모(27ㆍ여)씨는 “기업은 임금이 싸고 해고가 쉽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선호한다”며 “보호법 때문에 오히려 고용이 더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해고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업무를 외주화 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늘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로 다가 오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 연말 공사 소속 계약직이던 새마을호 승무원과의 계약을 끝내고 올해부터 KTX관광레저에 승무 업무를 위탁했다. 법원행정처도 최근 계약직들을 모두 해고하고 업무를 용역으로 전환하라는 공문을 법원 등 산하기관 60곳에 보냈다.

“비정규직 차별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기업의 인식개선과 정규직들의 양보에 기대를 건다. 노사가 정규직 임금 동결을 통해 비정규직 3,100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우리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예금보험공사 정규직 노조는 연말에 비정규직 200여명을 노조로 끌어들여 비정규직 권리 향상을 도모키로 했다.

국내 한 이동통신사에서 비정규직으로 4년 동안 일하다가 올해 정규직이 된 김모(35)씨는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지만 사회적 역할도 중요하다”며 “사회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비정규직의 차별과 남용을 개선하는 기업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용 2년 후 정규직화 적용 시점은

7월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 보호법의 '2년 후 정규직화' 적용 시점은 계약직과 파견직이 다르다. 기간을 정해 일하는 계약직 적용 시점은 7월부터다. 7월 이전의 근무 기간은 인정 받지 못한다. 용역업체 소속이면서 파견된 회사에서 일하는 파견직은 7월 이전의 근무기간도 소급 적용을 받는다. 7월에 만 2년이 넘으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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