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이 당초 작년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확정을 미룬 채 연내에 개혁안을 마무리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의지가 의심받고 있다. 더욱이 올해 말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공무원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공무원연금 개혁이 물 건너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의심스러운 정부의 개혁 의지
2040년 이후에 기금이 고갈될 국민연금 개혁안이 많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지금, 1993년부터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여 2002년에 이미 기금이 고갈된 공무원연금의 개혁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
머지않아 국가재정을 파탄내고 우리 후손들에게 막대한 세금 부담을 안겨줄 국민연금의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공무원, 사학, 군인을 포함한 모든 공적 연금의 개혁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공무원은 솔선수범해서 희생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공무원연금은 2002년 기금이 고갈된 이후 적자보전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작년에만 해도 국민의 세금이 8,452억원 지원되었다. 올해에도 1조원 가까운 세금이 지원되어야 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제도가 개혁되지 않는 한 이러한 세금 지원은 계속 증가될 수밖에 없고 20년 후엔 적자 규모가 1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공무원연금 기금이 이렇게 거덜난 이유는 물론 다른 공적 연금처럼 덜 내고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혜택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연금이 공무원연금에 비해 적게 내고, 공무원연금에 퇴직금 기능이 포함된 것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2배 정도 더 내고, 3배 정도 더 받는다고 보면 된다. 20년 근무한 사람을 기준으로 할 때, 국민연금이 총보험료의 2배 정도 받는데 비해 공무원연금은 총보험료의 3.8배 정도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공무원연금이 후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연금액 산정 기준이 후하고 연금액 증액 기준이 후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생애평균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퇴직 직전 3년간의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연금액을 산정하고,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만을 기준으로 연금을 증액하는 국민연금에 비해 공무원연금은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연동하여 연금액을 산정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민간부문에 비해 평소 처우가 나쁘기 때문에 연금 혜택이 더 나은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동안 공무원의 보수가 꾸준히 개선되어 최근 와서는 공무원 평균보수가 민간부문 평균보수의 91.3%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고용의 안정성이 높고 정년이 더 긴 것을 고려하면 공무원의 처우가 나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공무원의 처우가 나쁘다면 왜 모든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려고 하겠는가.
● 올해만 1조원 세금 지원해야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할 공무원들이 혼자 희생하지 않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적어도 다른 공적 연금 가입자들이 희생하는 정도에 준해서 희생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연금 구조를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혁해야 할 것이다. 물론 박 장관이 언급한 것처럼 공무원연금 문제는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함이 마땅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바와 같이 퇴직자의 경우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재직자의 경우엔 보험료 부담을 높이고, 신규임용자의 경우엔 국민연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개혁안은 전반적으로 합리적인 것 같다.
문제는 그 조정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인데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가능하면 빨리 개혁을 추진하기 바란다. 무릇 공무원이라면 일반 국민보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고 솔선수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성린ㆍ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