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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투사하는 제국 투영하는 식민지' 일제강점기 한국영화에 비친 日 제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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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투사하는 제국 투영하는 식민지' 일제강점기 한국영화에 비친 日 제국주의

입력
2007.01.0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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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하는 제국 투영하는 식민지 / 김려실 지음 / 삼인 발행ㆍ352쪽ㆍ1만8,000원

식민지 시기 한국 영화사는 주로 항일 민족영화에 초점을 맞춰 기술됐다. 이는 수탈과 저항이라는 이분법에 근거해 당시를 재단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항일-친일’ ‘민족적 전통-종속적 모방’ ‘리얼리즘-신파 멜로드라마’ 식의 이항대립이 해방 이전의 조선영화를 분석하는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1919년 이래 1945년까지 제작된 조선영화는 약 180편으로 추산된다. 한국전쟁 등으로 이 영화들의 필름은 대부분 소실됐고, 당시 영화사는 2차 자료를 통해 복원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8년 러시아의 필름 보존기관인 고스필모폰드에서 1930년대 조선영화 <심청> 과 <어화> 의 일부가 발견됐고, 이후 일본과 중국에서 총 12편의 필름을 찾았다. 저자는 이 중 10편을 분석, 한국 영화사를 기술하는 위의 패러다임을 실증적으로 비판한다.

제목처럼 저자는 일본 ‘제국’이 영화에 무엇을 ‘투사’하려 했는지, 이를 ‘식민지’ 관객들은 무엇을 ‘투영’해 수용했는지 밝히려 한다. 이를 위해 당시 걸작으로 불리는 나운규의 <아리랑> (1926)이 어떤 과정을 거쳐 민족영화의 상징으로 인식됐는지를 살펴본다.

<아리랑> 이후에 나온 영화 소설 <아리랑> 과 영화 관계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저자는 영화가 애초 항일 민족영화로 제작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영화가 4년간 전국에서 순회 상영되면서 관객들이 피식민지민의 분노와 비애 등을 투영시켜 항일 민족영화로 상상하게 됐다는 것이다. 즉 일제가 검열과 감독을 통해 조선영화를 자국영화의 범주에 두려 했지만, 조선인 관객의 감성이나 상상력까지 통제할 순 없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밖에 당시 영화 속 기생은 우리 민족에 대한 은유이며, 친일 영화로 분류됐던 <집 없는 천사> 를 리얼리즘의 수작이라고 언급하는 등 기존의 ‘항일-친일’이라는 잣대에서 벗어나 조선영화에 대한 외연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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