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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기 강원랜드배 名人戰/ 랭킹10걸 포함 185명 바둑 영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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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기 강원랜드배 名人戰/ 랭킹10걸 포함 185명 바둑 영웅전

입력
2007.01.0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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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상금 1억 원! 총규모 7억 원! 국내 최고ㆍ최대 기전으로 거듭난 제35기 강원랜드배 명인전 ‘결전의 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강원랜드배 명인전은 8일(월) 오후 1시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개막식과 예선 1차전을 치르면서 1년 동안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강원랜드배 명인전은 지난 달 중순, 대회 부활이 결정되자마자 한국기원이 선정하는 ‘2006 한국바둑계 10대 뉴스’에 꼽힐 정도로 바둑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기원 홈페이지에는 명인전의 부활을 축하하고 발전을 기원하는 바둑팬들의 댓글이 쇄도했다. 팬들의 기대에 발 맞춰 한국기원 등 대회 관계자들은 빠른 발걸음으로 대회 준비에 매진했으며, 그 결과 주최 및 후원사들이 계약을 체결한 지 불과 10여일 만에 예선 1차전에 들어가게 됐다.

대진표가 확정됐다. A4 용지에 그려보니 거의 새카맣다. 모두 185명.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가 외국인과 남녀를 통틀어 212명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활동중인 기사는 거의 모두 참가한 셈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 이세돌, 최철한, 박정상, 박영훈…. 다른 대회 같으면 이미 시드 배정을 받아 뒷짐을 지고 있어야 할 ‘고수’들이 예선전 참가자 명단에 올라있다. 이것이 이번 강원랜드배 명인전의 특징이자 묘미이다. 결선에서 시드를 받고 기다리는 기사는 지난 34기 명인이었던 이창호 9단 단 1명. 지금까지의 결과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모두 예선전을 치러 최종적으로 9명만이 결선에 올라 이창호 9단과 만난다.

풀리그로 진행되는 결선은 한 번 지더라도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있지만 예선전은 그렇지 않다. 단판 승부다. 제아무리 탁월한 성적의 기사더라도 실수 한 번이면 결선에 오르지도 못하고 탈락하고 만다. 주관사인 한국기원측은 좋은 성적의 기사들이 초반 탈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해 랭킹 36위까지의 기사를 9개의 예전 조에 골고루 분산시켰다. 그러나 이 것은 기원측의 배려일 뿐이지 본인이 바둑을 망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예선 1차전부터 불꽃 튀는 격전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대회가 끝났을 때에도 제36기 대회의 시드 배정을 받는 기사는 1, 2, 3위 3명 뿐이다.

예선은 모두 5차전으로 진행된다. 8일 1차전을 시작으로 10, 12, 15, 17일에 2~5차전이 연이어 열린다. 예선을 통해 이루어지는 대국만 200여 국이다. 예선전에서 불꽃이 튈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5조. 지난해 상금랭킹 5위인 박영훈 9단과 영원한 강자 유창혁 9단이 나란히 포진해 있다. 예선 4차전 쯤에서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다음은 9조. 한국바둑리그에서 MVP에 오르는 등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최철한 9단과 지난해에는 그리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한 방’을 가지고 있는 목진석 9단이 속해있다. 이변이 없다면 예선 5차전에서 둘의 승부가 예상된다.

17일 저녁이면 9명의 예선 통과자들이 결정된다. 이들은 이창호 9단과 함께 10명 풀리그를 벌이게 된다. 리그의 대국은 모두 45국. 사흘에 한 번씩만 벌어져도 5개월에 가까운 세월이 걸린다. 우승, 준우승 상금과는 별도로 리그 1위(1,700만 원)부터 10(500만 원)위까지도 상금이 걸려있고 1위와 10위 차이가 1,200만 원으로 비교적 크기 때문에 거의 모든 대국에 기사들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바둑인들이 좋은 기보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제35기 강원랜드배 명인전에 팬들이 주목하는 이유가 또 있다. 사실 명인전은 조훈현 9단과 이창호9단이 거의 독점해왔다. 34번의 대회를 치르면서 조훈현 14회, 이창호 14회 등 28번의 타이틀을 조-이 사제가 차지했다. 이번에는 과연 조-이 사제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 예선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보면 ‘이창호 9단의 수성이 유력시 되지만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지난 해 이창호 9단은 4개의 국내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국제전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각종 대회에서 고른 활약을 벌여 상금랭킹 1위를 비롯한 각종 랭킹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사이버 오로에서 프로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역대 세계 바둑의 지존’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창호 9단을 위협하는 기사로는 이세돌, 최철한 9단 등이 꼽힌다. 한 때 이들 네 기사는 박영훈 9단과 함께 ‘신 사대천왕’으로 불렸다. 이세돌 9단이 특히 위협적이다. 6일 도요다덴소배 결승국을 남겨놓고 있는 이 9단은 지난 해 맥심배, 한국물가정보배, 바둑왕전, GS칼텍스배 등에서 우승했다. 상금랭킹도 3위. 지난 해 결혼과 득녀 이후 특유의 ‘타협이 없는’ 강한 바둑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이다. 2006년에는 다승(74승 26패)과 승률(75%) 부문에서 1위를 泰置杉?

최철한 9단은 현재 컨디션이 ‘업’ 된 상황. 지난 해 각종 기전에서 준우승에만 머물다가 연말에 와서야 한국바둑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소속 팀이 이루어낸 결과이지만 3일 열린 시상식에서 대회 MVP로 선정되면서 신바람이 났다. 지난 해의 ‘준우승맨’이라는 오명을 털어내기 위한 분전이 예상된다.

또 한 명이 복병이 있다. 14번이나 명인전 우승을 경험했던 영원한 스승 조훈현 9단이다. 젊은 기사들에게 전선의 선봉을 맡기고 있지만 어느 상황에서나 지휘봉을 잡을 수 있는 역전의 노장이다. 제34기 명인전에서 이창호와 도전기를 벌였던 기사는 바로 조훈현 9단이었다. 유난히 명인전과 인연이 많다. 예선에서 9명이 통과하기 때문에 조 9단이 본선 리그에 올라 파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제35기 강원랜드배 명인전은 더욱 흥미진진한 대회가 될 것이다.

■ 제35기 강원랜드배 명인전 일정과 대회방식

●예선 참가 인원 185명, 모두 9개조로 나눠 대국

-개막식 및 예선 1회전 8일(월) 오후 1시 한국기원

-예선 2회전 10일(수) 오후 1시 한국기원

-예선 3회전 12일(금) 오후 1시 한국기원

-예선 4회전 15일(월) 오후 1시 한국기원

-예선 5회전 17일(수) 오후 1시 한국기원

●예선에서 각 조 1위를 차지한 9명과 시드를 배정 받은 이창호 9단 등 10명이 풀리그로 본선 대국. 총 45대국. (일정은 추후 결정)

●리그 순위 1, 2위 결승 5번기로 우승자 확정

●제한시간 각 2시간, 초읽기 1분 3회, 덤 6집 반

●차기대회 본선 시드는 리그 순위 3위까지 부여

권오현 기자 koh@hk.co.kr

■ 명인전 이렇게 본다

제35기 강원랜드배 명인전의 본선은 바둑 TV를 통해 중계된다. 바둑TV는 본선리그 45국 중 중요대국 30국과 결승 5번기 등 총 35개의 대국을 생중계한다. 생방송을 놓쳤다거나 기보를 다시 감상하고 싶은 바둑팬을 위해 두 번의 방송을 더 한다. 재방송은 월요일로 예정되어 있고, 3방은 주말의 편한 시간대를 택했다. 해설자는 현재 몇 명으로 압축되긴 했지만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 바둑TV 측은 “날카로운 바둑 실력을 갖춘 중견 기사가 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2시간의 본선 대국은 사실 방송으로 다루기에는 긴 대국이다. 바둑TV도 그 동안 1시간 정도의 속기전을 주로 방송했기 때문에 명인전 중계를 준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 해 한국바둑리그를 담당하다가 이번에 새롭게 명인전 중계의 연출을 맡은 임진형PD는 “2시간 대국이 방송에서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된다”며 “국내 최고의 바둑대회를 맡은 만큼 그런 점을 보완해 흥미진진한 바둑 중계가 되도록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테넷을 통해서도 관전할 수 있다. ‘세계 인터넷 바둑의 허브’인 사이버 오로(www.cyberoro.com)는 명인전 본선 전 대국을 중계할 예정이다. 사이버 오로는 중계한 대국을 모두 보관하기 때문에 생중계가 아니더라도 언제나 기보를 찾아서 검토할 수 있다.

한국일보는 개막식과 예선전이 열리는 8일부터 제35기 강원랜드배 명인전의 기보 해설을 싣는다. 첫 날은 대회를 개괄적으로 전망하고 9일(화)자부터 예선전에서 나온 명기보를 선택해 해설하게 된다. 관전 필자인 바둑해설가 박영철씨는 “규모가 크고 바둑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대회의 관전기를 쓰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기사들이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른 만큼 우리 바둑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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