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 중인 차세대 피아니스트 손열음(21)씨가 5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독주회를 위해 귀국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지난해 졸업하고 본격적인 연주자의 길로 들어선 손씨는 지난해 9월 하노버 국립음대로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해외유학이 ‘토종’ 천재에게 어떤 변화를 줬을까. “밥을 직접 해먹는 거 말고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경기장에서 직접 보던 프로농구를 동영상으로 본다는 것도 차이점이네요.”
그럴 법도 하다. 그는 12살 때부터 국제콩쿠르에 혼자 다녔고, 대학 들어가면서는 고향(강원 원주시)을 떠나 자취생활을 했다. 손씨의 스승인 예종 김대진 교수는 “열음이의 독립적인 성격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할 정도다. 손씨는 1997년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콩쿠르 2위, 2001년 에틀링겐 콩쿠르 최연소 1위, 2002년 비오티 콩쿠르 최연소 1위 등 각종 국제콩쿠르를 휩쓸었다. 뉴욕 필하모닉, 도쿄 필하모닉 등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일찌감치 유망주로 떠올랐다.
3일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손씨는 피곤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난 연말에 이스라엘에서 연주회를 하고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2일에야 한국에 도착했기 때문. 그는 그러면서도 피아노 의자를 번쩍 들어올려 옮길 만큼 씩씩했다. 아리에 바르디 교수를 사사하고 있는 그는 “오직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짧은 유학생활을 정리했다. “다른 학생들에게 많이 배워요. 각기 다른 음악적 취향을 접하니까 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로 마련된 이번 공연에서 그는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드뷔시의 전주곡 1권 전곡(12곡)과 신년 분위기에 꼭 맞는 쇼팽 왈츠 전곡(14곡)을 연주한다. “준비 기간이 짧아 걱정”이라고 했지만 그는 프로그램 책자를 위한 작품해설까지 직접 쓸 정도로 연주회에 공을 들였다.
연주회 직전에도 헤르만 헤세의 책을 읽고,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그냥 내버려 둔다”는 이 느긋하고 낙천적인 아가씨는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신동’ ‘영재’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해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상반기 일본, 이스라엘, 폴란드에서 연주가 있지만 앞으로 2~3년간은 가능하면 연주 횟수를 줄이려고 해요. 레퍼토리도 늘리고, 독일 음악도 깊게 공부하려고 합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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