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에서 선거 1년 앞두고 이렇게 큰 지지율 격차로 1위를 기록한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불안하지 않나.
“이벤트나 스타성 때문에 대중적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국민이 순전히 일을 위주로 생각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떤 일을 이뤄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이 크다. 2002년 대선과 비교해보면 국민의식과 상황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지난 5년간 모든 면에서 10년, 20년 동안의 변화만큼 만큼 바뀐 것 같다.”
-지지율을 끝까지 지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뜻인가.
“과거에는 당내 경선이 사실상 없었다. 총재가 대세를 장악하다시피했다. 하지만 난 당직을 맡은 적도 없고, 당의 일을 한적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국민이 나에게 지지를 보낸 것은 경제나 안보, 사회질서에 대한 위기감을 극복해 낼 수 있는 지도자를 찾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대선 1년 전에 앞서다 역전패 당한 일)와 지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않다.”
-호남권 지지율이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에서 지지율이 높아도 허수이고, 여당 후보가 나오면 되돌아간다는 불신이 많다. 그러나 난 호남 지지에 신뢰를 갖고 있다. 호남민심을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올 때는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이룬다는 생각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 목표는 경제발전이다. 호남은 소외감과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농업이 위협을 받고 있고 공장이 없어 젊은 층 일자리가 줄었다. 시대적 바람이 달라지고 있다.”
-현재 호남 지지율이 대선 때 득표로 연결되면 당선되는 것 아닌가.
“호남만 투표하는 것은 아니니까 꼭 그렇게 말할 순 없지만, 호남의 지지는 결코 허수가 아니다. 호남인 의식이 실사구시적으로 흐르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 시장측을 겨냥해 의원 줄 세우기 행태를 비판했는데.
“당과 가깝지 않은 나는 줄 세우기와 맞지 않다. 국내행사나 외국을 가더라도 의원을 데리고 가지 않는다. 자신의 지역구를 방문할 때 나오겠다는 의원도 그러지 말라고 사양한다.”
-지지율이 높아지니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의원은 많지 않은가.
“자발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의원들도 국민 여론을 많이 의식할 것이다. 그런데 내게 접근하지는 않는다. 중립이 많아졌다.”
-당내 대선주자 검증론에 대한 입장은.
“문제가 있으면 확인과정을 거치는 건 좋다고 본다. 상대에게 상처 주는 것이 아니라면 예방차원에서 점검하자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도덕적인 문제점이나 단서가 나오면 짚어야지, 뜬구름 잡듯이 하면 안 된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대선에서 김대업을 내세워 효과를 봤으니까 더 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겠지만 (나에 대해선) 아마 찾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뭔가 있다’는 식으로 흘리고, 그래도 안되니까 박정희 이미지를 차용한다는 것으로 공격하더라. 이는 네가티브 공격을 할 소재가 없다는 증거다. 시장 재임 때 여러 차례 점검을 당했다.”
-일각에는 경선 1위가 후보, 2위는 총리를 맡게 하자는 주장이 있다. 또 박근혜-손학규 연대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있는데.
“대선을 1년 앞두고 주자들끼리 넌 뭐하고 넌 뭐하고 식으로 한다면 국민이 우리를 볼 때 선거를 이겨놓은 것 같이 생각한다고 여길 수 있다. 주자간 연합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18대 총선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할 것이란 말이 있다.
“나에게는 개혁적 변화를 원하는 계층의 지지가 많다. 기존 정치인들이 두려움이나 의심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난 기본적으로 통합형이다. 기업에 있을 때나 시장을 할 때도 사람을 교체하지 않고, 있는 사람을 바뀌게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시장 첫 출근 날 선거 때 여당을 도와준 사람들의 명단이 들어있는 봉투를 가져온 사람이 있었지만 그냥 돌려보냈다.”
-그래도 당이 개혁돼야 할 부분이 많은 게 아닌가.
“한나라당이 아직 멀었다고 하는 지적도 맞다. 하지만 나름대로 변화하고 있다. 윤리위원장을 바깥에서 뽑아온 것도 변화 아닌가. 다만, 부분적으로 구태가 드러나고는 있다. 그래서 꾸준히 개혁해야 한다. 국민에게 보여주는 이벤트성 개혁보다 지속적 개혁으로 신뢰를 받아야 한다.”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반 한나라당 연대를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북한의 사고는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대선에 개입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데 누가 정상회담을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이 시점에서 남북정상이 립?鳴?해서 해결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자회담을 통해 미국, 일본, 중국 등에 각각의 지원을 요구한다. 그런데 남한 지원만으로 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는가. 좋은 취지로 만나서 오히려 새로운 위험요소가 생겨날 수도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할 확률은 없을 것 같다.”
-다른 분야에 비해 외교부문의 경험이 적은 것 아닌가.
“역대 대선후보들과 비교해보면 아마 내가 외교경험이 제일 많을 것이다. 기업인 시절부터 세계적인 CEO나 국가원수를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나다. 사실 이라크와의 국교도 솔직히 얘기하면 기업활동을 통해 내가 개인적으로 열었다. 이젠 전통적인 외교가 아니라 경제적 외교가 요구된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도 북핵, 경제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만 국민은 ‘이렇게 어려운데 아무나 대통령을 하는 건 아니다’고 생각한다. 이는 지지도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모든 문제 해결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원칙과 질서가 바로 서야 한다.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도 이것을 지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나.
“그건 현재로선 알기 힘들다. 분명한 건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 혼자에게 있는 게 아니라 여당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건 남은 기간 국정에 전념해주는 것이다. 여당과의 공동 책임 아래 남은 기간 국정을 잘 이끄는 게 모두의 바람 아닌가.”
-현 정권의 실정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경험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기업과 가정, 국가의 운영은 살림살이라는 측면에서 규모만 다르지 본질은 같다. 큰 살림살이를 해보지 못한 경험 부족에서 (실정이) 비롯된 것 같다.”
-인사도 문제 아니었나.
“두 말할 필요 없다. 그것도 경험 부족에서 온 것이다. 지역이나 학연, 혈연, 정치적 연대 등을 떠나 그 분야에서 가장 나은 사람을 쓰면 된다. 지도자는 자기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써야 한다. 그래도 좋은 평가를 받는 정권은 비교적 사람들을 두루 잘 썼다. 나도 시장 시절 호남사람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호남 출신을 많이 썼다.”
-개헌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헌법은 가부장적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니 다음 정권에서는 남녀 관계, 환경, 권력구조 등을 21세기에 맞게 고쳐야 한다. 이에 대한 구상을 대선에서 후보들이 국민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중임제냐 단임제냐, 아니면 내각제냐 하는 것은 국민정서와 남북상황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래서 100년, 200년을 갈 수 있는 시대정신을 잘 반영한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대담=유성식 정치부장 정리=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 김민전 교수가 본 이명박
인터뷰 곳곳에서 배어나오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도력 특징은 CEO(최고경영자) 리더십이다. 시장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경제적 성과에 목말라 하는 유권자의 바람도 잘 읽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발 빠르게 대응한다. 여성, 환경과 같은 미래 이슈도 놓치지 않겠다는 태세가 묻어난다. 또 성과를 중시한다.
연고나 격식보다는 일이 되게 만드는 것을 중시하고 있음이 젊은 보좌관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 모습 등에서 잘 드러난다. 단출한 차량 이동의 모습은 기성 정치권의 허장성세와는 대조를 이룬다. 무엇보다도 세일즈는 몸에 배어 있다. 어떤 질문에 대한 답변도 자신의 성과를 알리고 상대를 설득하는 데 이용한다.
유권자들도 그의 CEO 리더십을 상당히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살 때 만든 회사가 어디에 있고, 만든 사람의 성씨가 누구인지 보다는 상품 그 자체의 질을 따져보듯이 유권자들은 과거처럼 연고에 얽매이지 않고 이 전 시장의 성과를 판단하는 것 같다. 때문에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의 불모지였던 호남에서도 20% 가량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왔던 개혁 성향 유권자들에게서도 지지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CEO 리더십에는 함정이 있다. 혈연, 지연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리더십 체제에서는 실수가 있어도 ‘우리가 남이가’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말 한마디를 통해 유권자들의 화난 마음을 봄눈 녹이듯이 할 수 있다. 보수와 진보 같은 이념적 리더십은 오류가 있어도 더 나쁜 악마를 막기 위해 지지자들이 용인한다.
그러나 CEO 리더십에 대해서는 유권자의 판단도 냉철하다. 전통적 리더십이나 이념적 리더십에 대한 것과 같은 눈 가린 충성심은 없다. 기업이 시장 동향을 끊임없이 파악하면서 낮은 가격에 질이 더 좋은 상품을 내놓는 노력을 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잊혀지듯이 CEO 리더십 역시 신뢰를 유지하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정치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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