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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크레틱스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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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크레틱스 리더십

입력
2007.01.0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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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극지탐험가 로알 아문센이 남극점 정복에 성공한 지 3년 뒤인 1914년 12월, 영국의 어네스트 새클턴은 남극대륙 육로횡단의 새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 27명의 대원과 함께 남빙양의 사우스 조지아섬을 떠났다.

배 이름은'Endurance(인내)'. 그러나 한 달여 만인 이듬해 1월, 상륙지점을 150여㎞ 앞두고 탐험선이 부빙(浮氷) 사이에 갇혀버렸다. 영하 40~50도의 혹한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배까지 난파돼 죽음의 공포와 사투를 벌이기를 무려 637일. 마침내 구명보트를 이용한 구조요청이 성공해 1916년 8월20일, 이들은 전원 구조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집단생존의 기록'으로 불려지는 이 얘기는 알렉산더 캐롤라인의 책 에서 생생하게 재현됐다. 우리말로 <새클턴의 위대한 항해> 로 번역된 것에서 보듯, 책은 극한 상황에 좌절하는 대원들에게 끊임없이 생의 의지를 불어넣으며 헌신과 솔선수범으로 모두를 살려낸 새클턴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다.

리더십 컨설팅 부문의 권위자로'Syncretics Group'을 운영하는 미국 브랜드포드대 데니스 퍼킨스 교수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새클턴의 위기극복 전략을 탐구한 를 2000년에 내놓는다.

▦ <새클턴의 서바이벌 리더십> 으로 번역된 이 책은 미국사회의 각계는 물론 군에서도 화제가 됐다. 비전 열정 창의 가치 낙관 갈등극복 위험감수 등으로 요약되는 이 전략을 퍼킨스 교수는 자신이 지향하는'Syncretics Leadership'의 전형으로 꼽았다.'syncretics'는'공동체 통합'을 뜻하는 라틴어'syncretismus'에 어원을 둔 영어 'syncretism'에서 파생된 단어로, 종파나 학파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과 신뢰로 외부위험과 내부분열에 공동 대처하는 것을 일컫는다.

▦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어느 해보다 불안요인이 많은 새해 경제의 안정적ㆍ선제적 관리를 강조하면서 "재정경제부가 정책중심을 바로 세워 각 부처와 다양한 이해집단 간의 갈등을 통합해 나가는'신크레틱스 리더십'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처지가 부빙에 갇힌 새클턴의 배와 같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다면 신뢰와 희생, 확고한 목적의식으로 대원들의 목숨을 구한 새클턴의 한국적 모델도 나와야 한다. 남극대륙 횡단에 실패하고도 오히려 더 큰 명성을 얻은 새클턴의 교훈을 잘 헤아려 보라.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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