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소년과 대학생 기자들이 직접 만드는 청소년 인문 교양잡지 ‘인디고잉(INDIGO+ing)’ 제3호에 세계적인 석학들의 기고문이 무료로 실렸다. ‘인디고’란 쪽빛을 내는 천연 식물염료로, 기성세대에 물들지 않는 청소년들의 순수한 꿈과 열정을 빗댄 말이다.
‘우리 시대 가장 주요한 사상가’로 서유럽 학자들이 ‘동유럽의 기적’이라고 꼽는 문화 이론가이자 정신분석 이론가인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철학, 아는 것을 모르는 것 그리고 이성의 사회적 사용’이라는 제목의 A4용지 10장 분량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철학이 어떤 의미인지 등을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의 말 등을 예로 들면서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이면서 ‘생각’ ‘옥스퍼드 철학사전’ 등의 저자로 유명한 사이먼 블랙번도 ‘철학과 삶’이라는 글을 인디고잉에 보내왔다.
여기에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의 저자인 한국의 철학자 김용규씨를 비롯해, 프랑스 철학자로 반인간주의적 사상을 편 푸코에 관한 권위자인 철학자 심세광씨가 쓴 ‘청소년의 삶과 철학’이라는 글도 함께 실렸다. 아쉽지만, 미국의 세계적 사상가 노엄 촘스키는 ‘인디고잉’에 2차례 이메일을 보내 바쁜 일정 탓에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도 했다.
이들의 기고문이 모두 무료로 실린 데에는 인디고잉 청소년 기자들의 몫이 컸다. “철학과 삶이 괴리돼 있다. 철학과 청소년의 삶의 관계를 조명해보고 싶다”는 취지의 이메일에 국내외 문학 거장들의 ‘지식 기부’로 이어진 것이다.
청년기자 박용준(23ㆍ고려대 철학과3)씨는 “이번 호에 마련한 ‘내 삶의 존재방식’이라는 특집을 위해 유명 철학자와 문학인들의 글을 청탁했다”면서 “제작비 여유가 없어 원고료를 줄 수 없다고 했는데도 글을 보내줘 너무 가슴 뿌듯했다”고 말했다. 고교생 기자 9명과 대학생 기자 6명 등이 격월간으로 펴내는 ‘인디고잉’은 지난해 9월 창간됐으며, 이들이 활동하는 인디고서원(대표 허아람ㆍwww.indigoground.net)은 전국 유일의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