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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문화계 주목 이사람] <3> 피아니스트 김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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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문화계 주목 이사람] <3> 피아니스트 김선옥

입력
2007.01.0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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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노란색 피아노 학원 버스를 타는 모습이 부러워 피아노를 배우게 해달라고 어머니를 졸라대던 세 살 꼬마는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연주자가 됐다.

지난해 9월 세계적 권위의 영국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선욱(19ㆍ한국예술종합학교 3). 그는 한국 음악계에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국내 교육만으로도 세계적인 연주자를 키워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줬기 때문이다. 고교 과정을 건너뛴 그의 천재성, 묵묵히 아들의 선택을 지원해준 부모, 비범한 제자를 알아보고 키워낸 스승, 재능있는 학생을 선발하고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학교까지 차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06년이 가능성을 입증한 해였다면, 김선욱에게 2007년은 본격적인 시험대다. 지난해 12월 창원시향(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부천필(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차례로 협연한 김선욱은 올해 KBS교향악단(2월), 대구시향(7월), 서울시향(8월) 등 국내 오케스트라 뿐 아니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5월), BBC 웨일스 국립오케스트라(9월), 런던 필하모닉(11월) 등 해외 오케스트라와도 한 무대에 선다. 1, 2월 스위스, 독일 독주회에 이어 3월27일 호암아트홀 독주회도 기다리고 있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c단조 D. 958과 스케르초 전곡(4개)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지난 연말, 한 음악 시상식장에서 축하 연주를 위해 리허설 중이던 김선욱의 등 뒤에는 두 손을 꼭 모은 채 “멋있다”를 연발하는 여성들이 서 있었다. 부천필의 제야 음악회 때는 ‘꺅~’하는 소녀들의 괴성이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갑작스런 스타 대접이 그의 손가락을 무겁게 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됐지만 김선욱은 담담했다.

“콩쿠르 이후 갑자기 너무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이제 진짜 시작인데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돼요. 연주는 많은데 시간은 없고…. 얼마나 집중력을 발휘하는가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김선욱은 12월 홍콩에서 열린 리사이틀과 학교 기말고사, 각종 행사 참석 등으로 요즘 하루 4~5시간 밖에 연습을 못했다며 엄살을 부렸다. 하지만 체력을 키우기 위해 비가 오는 날도 집 근처 학교 운동장을 돌 만큼 우직하다.

“이제는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죠. 하지만 저는 음악이 좋고,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이 즐거워요. 이런 마음을 잃지 않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눈을 반짝이며 술술 이야기를 풀어가던 김선욱은 “음악 말고 내년에 이루고 싶은 일이 없냐”고 물었더니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음악을 떼놓고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요.” ‘예쁜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같은 또래다운 대답을 기대했던 기자를 머쓱하게 한 그의 2007년 목표는 단순했다. 2%만 발전하자는 것. “음악에는 완성이 없잖아요. 매년 콩쿠르를 거칠 때마다 조금씩 나아졌듯이 내년에도 2% 발전할래요.” 우리에게는 이 특별한 젊은 연주자의 행보를 즐겁게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 김선욱

1988년 4월22일 서울 출생

2001년 예원중학교 입학

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 에틀링겐 국제 콩쿠르 1위

05년 클라라 하스킬 국제 콩쿠르 1위. 대원예술인상 수상

06년 리즈 국제 콩쿠르 1위. 금호음악인상 수상

● 내가 본 김선욱/ 프로의 담력·소년의 순수함 갖춰

지난 봄, 김선욱의 연주를 처음 들었다. 서초동의 한 아담한 홀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그는 소년답지 않은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하며 스크리아빈과 라흐마니노프의 대곡들을 척척 연주해냈다. 그것은 18세 소년의 음악이 아니었다. 이미 수백, 수천 번 무대에 서본 음악가인양 100% 확신에 찬 태도로 연주에 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 정도의 담력이라면 언젠가 큰 사고를 치겠구나 싶었다.

지난 여름, 처음으로 그와 식사를 같이 했다. 밥을 먹으며 한참 신나게 음악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8세 음악도가 아닌 30세 음악 애호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는 음악 전공자이기 이전에 음악 애호가이며, 피아니스트이기 이전에 음반 마니아였다. 그의 이야기에 혹해 결국 그가 추천한 2005년 루체른 페스티벌 실황 DVD를 사버렸다.

지난 가을, 공연장에서 그를 우연히 만났다. 리즈 콩쿠르 우승으로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김선욱. 그러나 그는 여전히 큰 배낭을 어깨에 짊어진 소박한 학생의 모습으로 공연장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음악회가 끝난 후 행복에 겨워 해맑게 웃는 소년의 모습에는 음악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배어있었다.

지난 겨울, 부천필 제야 음악회의 협연자와 해설자로서 그와 다시 만났다.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부천필과의 리허설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연습하던 이 소년은 오케스트라를 은근히 리드하면서 자신의 음악을 관철시키고 있었다. 그 대범함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최은규 (음악칼럼니스트ㆍ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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