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우리 경제를 위협할 가장 큰 대외 변수는 단연 환율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해 11월 하순부터는 이른바 중소기업의 '수출 불가능 환율'이라는 928원을 내내 밑돌며,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 대부분은 물론 다수 대기업들을 궁지로 내몰았다. 그런데 새해 원ㆍ달러 환율 역시 지난해 보다 낮을 거라는 전망이 대세이어서 수출 기업들에겐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한해 평균 원ㆍ달러 환율을 910~929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환율 955.6원 보다 2.8~4.8% 낮은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가장 낮은 920원을 제시했다. LG연구소와 한국금융연구원, 국민은행연구소 등은 925원, 현대경제연구소와 대외경제연구소(KIET)는 940원 선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당초 930원 선으로 발표했으나, 최근 925원 내외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미국에서 이코노미스트로 명성을 쌓은 손성원 LA한미은행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시적으로 850원선 까지 내려 갈 수 있다"며 "기업들은 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수지만 '원화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예측도 귀담아 둘 필요가 있다. JP모건은 원화 절상 흐름이 이제 막바지에 도달했다며, 올해 환율이 점진적으로 상승 연말에는 990원선 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 같은 대세 전환론과 함께 '경상수지 적자 전환' 예상도 환율 흐름을 뒤바꿔놓을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외환담당자는 "새해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이에 불안을 느낀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철수 움직임이 나타난다면, 투기세력 가세로 갑자기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는 환율 압박 등을 이유로 한국개발연구원(KDI)를 비롯 금융연, 한경연, LG, 삼성, 현대 등 주요 연구소들이 적자전환을 점치고 있다.
또 흑자를 전망한 한국은행, KIET 등도 20억 달러 내외의 소폭 흑자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어서, '원화 가치 폭락' 시나리오의 개연성도 적지 않다. 결국 환율이 골프공처럼 천방지축 튀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밑바닥부터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의 숨통을 옥죄던 원유와 원자재 가격은 새해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해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유가(브렌트유 가격 기준)의 경우 지난해 평균 66.3 달러에서 올해 61.3 달러로, 로이터는 62.3 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고, 이는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기 둔화로 수요가 주는 가운데 고유가의 영향으로 공급은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국제투기자금의 농간이 없을 것이란 전제 하에서 가능한 전망이다. 최근 국제 투기자금은 원유ㆍ원자재에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곡물시장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하지만 사담 후세인 처형에 따른 여진 등 원유와 원자재 시장을 뒤흔들 돌발변수는 여전히 산재해 있어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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