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적(敵)은 '가계 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이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 가계 빚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소득 증가는 거북이 걸음이다.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금리가 급등하면 가계의 채무 상환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가계와 금융권이 동반 침몰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 국내를 휘저은 부동산 광풍이 빚어낸 사생아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걱정, 떨어져도 걱정"인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연초부터 위기의 징후가 심상찮다. 신년 초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를 육박하며 가계 살림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당국이 대출억제를 위해 지준율 인상, 대손충당금 적립률 상향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면서 은행들이 궁여지책으로 가산금리를 0.2~0.4%포인트 올린데다 시장금리인 CD금리도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CD 금리는 지난 달 29일 연 4.86%로 4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고 지난해 초에 비해 무려 0.76% 포인트 뛰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95%로 압도적으로 높아 CD금리 상승분이 고스란히 대출자의 이자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지난해 초 1억원을 빌렸다면 이자부담이 1년만에 76만원이 늘어나게 됐다.
문제는 몇 십만원의 이자 증가가 아니라 가계 부채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어 충격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신용잔액(가계대출+판매신용)은 지난해 9월말 558조 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가 증가했다. 하지만 소득 증가는 이를 따라오지 못해 개인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002년 1.18배에서 지난해 9월말에는 1.45배로 커졌다.
최근 발표된 국민은행의 '2006년 주택금융 수요 실태'에서도 월소득 150만원 미만 계층의 월소득 대비 상환율은 55.9%로 나타났다. 100만원을 번다면 절반을 웃도는 55만9,000원을 은행 빚 갚는 데 쓰는 등 빚을 갚느라 허리가 휘는 상황이다.
특히 금융권이 몸집 키우기 경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부추겨왔다는 점에서 '부동산 발 가계 위기'는 금융권에도 직격탄을 던질 수 있다. 지난해 1월~11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분 35조9,000억원 중 주택담보대출이 무려 23조6,000억원(65.7%)을 차지했다.
부동산 광풍 탓에 소비자는 집값 상승분으로 이자 부담을 메우겠다는 계산에, 은행들은 집만 담보 잡으면 문제없다는 생각에 실제 소비자의 빚 상환 능력과 상관없는 대출이 남발했다. 때문에 집값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가계와 금융권이 동반 침몰할 수 있다.
은행들이 뒤늦게 금리 인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 또한 가계 부실에다 주택시장마저 위축시켜 은행들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금융연구원 강종만 연구위원은 "가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충격요법이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점진적인 조치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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