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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문화계 주목 이사람] <2> 영화감독 정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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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문화계 주목 이사람] <2> 영화감독 정윤철

입력
2007.01.0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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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옴니버스 영화 <쓰리> 를 준비하던 김지운 감독은 조감독 정윤철을 스태프진에서 제외시켰다. 조감독으로서 감독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정윤철은 곧바로 편집 담당으로 스태프진에 재합류했고, 그의 집요함에 질린 김 감독은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정윤철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예감’을 하게 된다.

김 감독의 예감대로 정윤철(36) 감독은 2005년 첫 작품 <말아톤> 으로 대박(518만 명)을 터뜨렸다. 장면을 만들어내는 테크닉이 뛰어나며 관객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을 지녔다는 평가와 함께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이 잇달았다. 그리고 2006년 문화관광부의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선정까지. 신인 감독으로서는 과분하고 중압감을 느낄만한 성과이자 관객들이 그의 차기작을 보고 싶어하는 이유다. 정 감독은 2월28일 개봉 예정인 <좋지 아니한가> 로 자신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정 감독은 <말아톤> 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지만, 단편영화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충무로의 기대주였다. 1997년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단편 <기념촬영> 으로 제4회 서울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2000년엔 삼성문화재단 멤피스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호주국립영화학교에서 편집과정을 공부했다.

그는 본래 과학자를 꿈꿨다. 당연히 이공계 대학 진학을 원했다. 그러나 그가 고교를 다니던 8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는 그의 진로를 영화쪽으로 바꿔 놓았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영화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어서 마음에 들었다”는 게 이유. 고교 3학년 때 정치성 짙은 작품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실종> <계엄령> 등을 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회적 메시지도 재미있게 풀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 속을 스쳤다고 한다.

대학 진학 후에는 카메라로 ‘운동’을 했다. 돌과 최루탄을 피하면서 핸드헬드(카메라를 들고 찍는 촬영기법)를 배웠고, 영상편집을 터득했다. 장애인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말아톤> )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주장하는 (단편 <잠수왕 무하마드> ) 등 사회의 낮은 곳을 향하는 그의 카메라는 이런 이력과 무관치 않다.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 좋잖아요. 인생에 작은 도움을 얻어갈 수 있는 영화, 사람들의 관계를 더 좋게 만드는 영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영화가 전 좋아요.”

<좋지 아니한가> 도 이와 같은 그의 연출세계를 담고 있는 영화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콩가루 집안이 엉뚱한 일에 휩싸여 박살 나기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 함께 사는 게 좋지 아니한가를 깨닫는’ 내용. 코미디를 외피로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탄산 음료보다 녹차 같은 영화로 담백함에서 나오는 색다른 유머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좋지 아니한가> 이후엔 장편 두 편이 그의 ‘레디 고’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한 편은 판타지 드라마. 또 다른 한 편은 조국에 비밀정보를 제공했다가 미국에서 간첩죄로 복역한 로버트 김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것을 먼저 연출할지는 아직 고민중이다. “저는 장르보다 탄탄한 드라마를 중요시해요. 장르는 피자의 토핑 같은 것이죠. 그러나 SF영화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과학자 지망생이었으니 돈 많이 안 드는 SF가 가능할 듯 해요.”

● 약력

1971년 서울 출생

97년 한양대 연극영화과

99년 용인대 영화과 대학원 졸업

97년 제4회 서울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2005년 제42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 각본상.

제41회 백상예술대상 대상, 시나리오상

● 내가 본 정윤철

뛰어난 편집·감정 파고드는 재능 탁월

정윤철 감독을 처음 만난 것은 1991년 군대에서였다. 나는 인사과 행정병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그는 신병이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으나 방법을 놓고 고민하던 나는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제대 후 어느날 한양대 총학생회 홍보 영상물을 보게 됐다. 학생이 만든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편집이 뮤직비디오처럼 현란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정 감독 솜씨였다.

정 감독은 일단 편집 감각이 탁월하다. 그가 담당한 김지운 감독의 <쓰리> 편집을 보면 기존의 한국영화 패턴과 확연히 다르다. 테크닉이 뛰어날 뿐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리듬 감각을 지니고 있다. 워낙 편집이 뛰어나 내가 주저 없이 <살인의 추억> 티저 예고편 편집을 영화사에 추천했을 정도다.

나이도 젊은데 통속적이지 않으면서 사람들 가슴을 후벼 파는 재능도 갖췄다. 무서운 강점이다. 함께 자주 만나는 류승완 감독이 "우리 중 최캇沮?살아남을 사람은 윤철이 형"이라고 말할 정도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데 개방적인 성격도 장점이다. 한마디로 생존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좋지 아니한가> 의 1차 편집본을 미리 봤다. <말아톤> 보다 참신한 느낌이 강하다. 본인 스스로 변증법적 발전을 하는 것 같아 앞으로 그의 행보에 더욱 기대된다.

봉준호 (영화감독)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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