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허영호(52)씨가 초경량 항공기로 국토종단 단독비행에 나섰다가 엔진이상으로 전남 완도군 청산도 앞바다에 불시착했다.
1일 낮 12시20분께 전남 완도군 청산면 청산도 남쪽 7.7㎞ 해상에서 허씨가 조종하던 초경량 항공기 ‘스트릭 쉐도우(무게 225㎏ㆍ날개 길이 9m)’가 바다에 빠졌다. 허씨는 항공기를 탄 채 10여분 동안 표류하다 인근을 지나가던 파나마 선적 LP가스 운송선(3,300톤급)에 의해 구조된 뒤 사고 해역 부근에 있던 완도해양경찰에 인계됐다. 항공기는 오후 1시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허씨는 오전 8시께 경기 여주_제주 왕복 1,100㎞ 단독비행을 위해 여주군 금사면 이포 이글비행장 활주로를 이륙한 뒤 오전 11시30분께 전남 담양군에 중간 기착했다. 그는 바로 재이륙, 고도 150~500m에 시속 140~150㎞를 유지하며 완도 해상을 지나던 중이었다.
허씨는 이날 전남 목포시 상공을 지날 때부터 갑자기 항공기의 RPM(분당 엔진 회전수)이 낮아지면서 엔진출력이 급격히 떨어져 비행이 어렵게 되자 청산도 해상에서 운항 중인 선박 가까운 해역에 비상착륙했다.
허씨는 “엔진이 덜덜 떨리고 방향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아찔했지만 다행히 해상에 큰 배가 보여 구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불시착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초경량항공기협회 관계자는 “초경량 항공기는 겨울철에 비행 중 갑자기 습한 공기를 만나면 기름을 분사하는 카브레타의 에어필터에 얼음이 어는 아이싱 현상이 발생, 엔진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3극점 도달과 7대륙 최고봉 완등 등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허씨는 어릴 때 꿈인 비행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1998년 초경량 항공기 조종면허증을 딴 뒤 매년 10여차례 이상 비행을 해 왔다.
완도=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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