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7일 부산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 노무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 정책에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제일 큰 것이 부동산이다”고 토로했다. 하늘을 찌를듯한 국민들의 불만과는 상관없이 참여정부 정책들을 자화자찬해온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은 지난해 부동산 광풍이 그만큼 심각했고, 정책이 실패를 거듭했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지난해는 정부의 ‘부동산과의 전쟁’이 극으로 치달았던 해였다. 3ㆍ30대책을 시발로 10ㆍ23대책, 11ㆍ3대책, 11ㆍ15대책, 연말엔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반값아파트 시범 실시 방안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세금폭탄과 무더기 규제책에도 불구,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 정부정책을 비웃었다. 오히려 어설픈 검단신도시 건설계획 발표 등으로 인해 “정부가 불붙는 시장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는 맹비난을 받았다.
부동산 문제는 2007년 우리 경제운용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광풍을 올해 잡지 못하면 경기 회복과 투자 증가도 물건너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핵심 관건은 세 가지로 집약된다. 무엇보다 집값이 안정될 수 있느냐는 점. 전문가들은 “상승세는 지속되겠지만 상승폭은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공감대 정도를 제외하면 올해도 집값 안정화를 자신할만한 긍정적인 요인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집값이 조기 진화되지 않으면 또 다시 정부의 정책역량이 분산돼 시장 왜곡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거시 경제정책 수단인 재정ㆍ금리 정책, 세제의 초점이 모두 부동산에 맞춰져 정책역량이 허비되고, 뒤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처럼 부동산에 올인하다가는 ‘게도 구럭도 놓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소프트 랜딩(연착륙)하지 않고, 경착륙하는 것도 문제다. 거품이 급격히 빠질 경우 우리경제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미친 집값에 놀라 무리한 대출로 내집마련에 나섰던 서민들이 ‘버블폭탄 돌리기’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한 집주인들이 잇따라 집을 내놓으면 집값은 더욱 떨어지고 매물이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 이 경우 가계는 부실화하고 소비는 둔화하면서 경기 악화는 불가피해진다. 일본을 10년 불황으로 몰아넣었던 ‘버블 붕괴’가 한국에서도 현실화할 수 있다.
경기회복과 일자리창출을 위해선 현재처럼 부동산경기를 누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주택건설업계는 잇따른 부동산 규제 강화에 대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민간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또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업계의 경고는 차치하더라도 건설업과 경기의 관계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건설업은 고용효과와 전후방 연관효과가 가장 큰 업종이다. 건설경기 악화는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정부는 집값을 안정화시키되, 일시에 거품이 꺼지는 급락사태는 막아야 한다. 건설경기도 어느 정도 살려야 한다.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과제를 앞두고 있는 것. 더욱 큰 문제는 올해가 대선 정국이란 점이다. 후보들마다 ‘득표 지상주의’에 입각한 반시장적, 인기영합적 정책들이 쏟아질 경우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9일 종무식에서 “2007년에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주무장관의 발언이 허언(虛言)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정부가 이제라도 부동산문제를 엉망으로 만든 청와대와의 코드맞추기에 집착하지 말고, 실패의 근본을 헤아려서 실타래처럼 얽힌 부동산문제를 풀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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