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에 참여연대라도 부르지…”
지난 3월 서울 중구 소공동 동양제철화학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이수영 회장은 ‘소액주주 운동의 대명사’인 참여연대를 초청하자고 제안했다. 이유인 즉, 주총이 매년 싱겁게 끝나는데 시민단체가 회사 경영상황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도 해야 의미있는 주총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
내부의 만류로 실제 참여연대 초청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시민단체의 견제와 감시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재계 풍토에서 이 회장의 생각은 파격 그 자체였다. 동양제철화학은 이날 주총에서 2명의 외국인 이사를 추가로 선임해 총 11명의 등기이사 중 3명을 외국인 이사로 구성했다. 통상 국내 상장회사의 외국인 사외이사가 전체 사외이사의 5% 안팎인 것에 비하면 이 역시 이례적임에 틀림없다.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갖추려면 기업의 투명성부터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확고한 경영철학이다.
이수영 회장은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창업주 이회림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부친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았지만, 개성상인 특유의 보수적 기업문화를 과감히 탈피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인수ㆍ합병(M&A), 해외진출 등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사세를 확장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2005년 카본블랙 생산업체인 미국 컬럼비안 케미컬(CCC) 및 코스닥기업 소디프신소재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렸고, 올해는 중국의 화학기업을 M&A하기 위해 상하이에 공장부지를 확보했다. 수출비중도 크게 늘려 1990년대 중반에는 내수 대 수출 비율이 90 대 10이었으나, 2005년말에는 56 대 44로, 2010년에는 20대80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양제철화학의 글로벌 경영은 이 회장의 ‘차차차(Chance, Change, Challenge )’ 경영철학이 뒷받침한다. 즉, ▦기회(Chance)가 오면 반드시 잡는다 ▦변화(Change)를 두려워말라 ▦도전(Challenge)정신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가 해외M&A가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회장은 “해외 M&A는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5~7년 이상의 장기저리로 차입금을 조달할 수 있어 과다한 부채 부담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며 해외 M&A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세계화된 사고방식으로 과감하게 전환해 기업운영 전반에 걸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본업인 동양제출화학외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맡아 대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노동계를 직접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경영자들이 기피하는 자리임에도, 이 회장은 연임까지 마다치 않으며 자기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약력
1942 서울 출생
1964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1968 아이오와주립대 경영대학원 졸업
1978 동양화학공업 대표이사 사장
1997 삼광유리공업 회장, 경인방송회장
1998 동양제철화학 대표이사 회장
2004 한국경영자 총협회 회장
2005 한ㆍ독 상공회의소 이사장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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