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자에 어떤 인상 갖고 있나요?
▦ 고건 - 엘리트 경력에 '지적' 응답 많아
고 전 국무총리는 '지적인'(54.3%), '품위 있는'(52%) 이미지에서 대선 주자들 중 1위를 차지했다. 경기고, 서울대 출신에 장관 세 번, 총리 두 번, 관선ㆍ민선 서울시장 등을 섭렵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경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행정의 달인' 답게 '안정적인'(64.8%), '조화로운'(49.8%) 이미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고 전 총리 지지층 사이에서 안정적 이미지를 꼽은 응답자가78.2%로 월등히 많았다.
고 전 총리는 반면 '추진력 있는'(26.2%), '활동적인'(23.8%) 인상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개혁적인'(15.8%) 이미지에선 6명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신중한 스타일과 최근 무위(無爲)의 정치 행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 김근태 - '원칙적'이 '현실적'보다 강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조화로운'(38%), '지적인'(34.7%), '원칙적인'(34.7%) 순으로 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특히 지적인 이미지에선 다른 주자들의 평균치(33.7%)보다 높았다. 그러나 '추진력 있는'(14.9%) 이미지에선 여섯 명 중 최저점을 받았고, '활동적인'(29.%) 이미지도 적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맞대결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은 온유한 선비형 정치인 이미지가 더 강한 듯하다. 또 김 의장의 지지층에선 개혁적이고 (71.4%) 친근하다(57.1%)는 대답이 유독 강했으나 일반인들에게는 강렬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원칙적인' 이미지가 '현실적인'(26.2%) 이미지보다 강한 것은 민주화 운동 경력이 작용한 듯하며, 최근 친기업적 뉴딜행보도 그의 이미지 형성에는 기여하지 못한 듯하다.
▦박근혜 - '품위있다'서 '국민누나'로 변신중
박근혜 전 대표는 '안정적인'(66.5%), '조화로운'(50.9%), '친근한'(48.7%) 이미지에서 다른 주자들을 제쳤다. 탄핵 역풍 이후 2년 3개월간 당을 무난하게 이끈 것이 강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부드러운 느낌 탓인지 '개혁적인'(22.2%), '추진력 있는'(32%) 이미지는 약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해 일반인들이 귀족적 이미지를 차용한 '품위 있는'(38.9%)이라는 형용사 보다 서민적 이미지를 담은 '친근한'(48.7%) 인상을 갖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최근 '국민 누나' 이미지 심기에 한창인 박 전대표가 전직 대통령의 딸인 '공주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탈피한 듯하다. 박 전대표는 정치권에선 엄청난 원칙주의자로 꼽히지만 '원칙적인'(43.4)과 '현실적인'(41.9%) 이미지가 엇비슷하게 나왔다.
▦ 손학규 - 민심대장정후 '지적→활동적'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선 '활동적인'(42.1%), '친근한'(39.7%) 인상을 받는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그의 '100일 민심 대장정'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듯 하다. 그는 고지식한 '교수 출신' 이미지 때문에 고민했으나, 이번 조사에선 ''활동적인' > '지적인'(25.8%)', ''현실적인'(35.8%) > '원칙적인'(29.%)'으로 조사됐다. 그가 지사 시절 일자리 8만개를 만들고 141억불 외자 유치에 성공한 경기도와 인천에선 '추진력 있는'(40.2), '활동적인'(45.9%) 이미지가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한나라당 내 대표적 개혁파이지만 '개혁적인'(31.3%)이 '안정적인'(36.8%)보다 적게 나온 것은 의외다. 손 전 지사는 10개 이미지 중 점수가 특별히 높거나 낮은 이미지가 없어 '손학규'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 이명박 - '활동적' 이미지 다른주자 압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연상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추진력' (76.7%) 이었다. 다른 주자들에 비해 압도적 1위. 상충되는 이미지인 '조화로움'은 주자들 중 유일하게 한자리수(9%)에 머물렀다. 돌파력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최고의 '용장'이지만 화합이나 인화를 강조하는 '덕장'의 느낌은 주지 못하는 것.
특히 남성(81.3%)과 월 400만원 이상 소득자(88.6%), 서울 지역(85.8%) 응답자들이 추진력을 높이 꼽았다. 현대그룹 시절 샐러리맨 신화와 실물경제 경험의 영향인 듯 '활동적인'(75.1%), '현실적인'(60.2%) 이미지도 수위였다. 반면 '지적인'(12.1%) 이미지는 최하위를 기록, 지식인의 이미지는 없는 듯했다. 또 청계천 복원 사업은 이 전시장에게 열린우리당 주자들을 제치고 가장 '개혁적인'(61.6%) 주자라는 이미지를 선물한 듯 하다.
▦ 정동영 - '개혁적' 많고 '추진력'은 적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 대해선 '활동적'(39.3%)이란 이미지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개혁적인'(37.2%), '현실적인'(37%), '친근한'(36.6%) 이미지 순이었다. 그도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과 마찬가지로 두드러진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
다만 개혁적 이미지에선 정 전 의장이 대선주자 6명의 평균치(33.6%)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DJ정권 시절 정치개혁을 부B¤쨉?앞장 서고, 통일부장관 재직 중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의욕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몽골기병'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적극적 정치 행보를 했지만 '추진력 있는'(24.6%) 이미지가 '조화로운'(36.3%) 이미지 보다 적게 나왔다. 그의 고향인 호남권(36.4%)과 우리당 지지층(38.1%)에선 '추진력'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우리 국민은 17대 대선에 도전하는 여야 주자들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을까.
한국일보는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지난달 23일과 26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한나라당 대선주자 3명(박근혜 손학규 이명박)과 범 여권주자로 거론되는 3명(고건 김근태 정동영)의 이미지에 대한 전화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6인 대선주자 중 가장 추진력이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개혁적인 인물로도 각인돼 있었다. 그러나 지적이거나 조화로운 인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안정적이고 친근하며 조화로운 이미지에서 점수를 받은 반면 개혁성이 강해보인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고건 전 총리는 다양한 공직 경험에서 우러나는 경륜을 반영하듯 안정적이며 조화로운 이미지가 강했고, 지적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개혁적인 느낌은 주지 못하고, 품위 있고 고상한 인상이 짙은 것으로 나왔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활동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갖는다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았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개혁성에서 점수를 얻었다.
김근태 우리당 의장에 대해선 지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추진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지지도에서 상위를 달리는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 고 전 총리 등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듯 하나 손 전지사, 정 전 의장, 김 의장 등은 차별화한 이미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에서는 '추진력있는' 과 '조화로운', '현실적인'과 '원칙적인', '지적인'과 '활동적인', '안정적인'과 '개혁적인', '친근한'과 '품위있는' 등 의미가 대칭적인 두 개의 형용사를 묶어서 불러준 뒤 각 주자에게 보다 어울리는 단어를 한 개씩 선택하도록 했다. 최대허용 표준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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