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해 경기는 일단 지난해에 비해 다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경기 침체가 닥친다는 건 아니다. 경제는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다만 성장의 속도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소프트랜딩(soft-landing.연착륙)’ 한다는 얘기다.
소프트랜딩을 예상하는 이유는 최근의 경기 둔화현상이 커브에 앞서 자동차 속도를 줄이듯 미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경기를 관리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 8월 금리동결에 착수하기 이전에 이미 2년간 17차례에 걸쳐 숨가쁜 금리인상 행진을 벌였다. 이는 경기가 과열로 치닫기 전에 ‘선제적’으로 금리조치를 취해 경기침체 없는 장기호황을 누리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둔화 우려와 달리 연말 다우존스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한 것은 미국 경제가 1990년대식 장기호황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는 시장의 믿음에 따른 것이다.
금리 하락 가능성 높아
지난해 9월 이래 인플레 압력은 많이 완화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전년 대비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6%까지 하락했다. FRB가 통화정책의 중요 잣대로 활용하는 개인소비자물가지수(PCEPI) 상승률은 2.2%까지 낮아졌다. 이에 따라 모건스탠리는 새해 물가상승률을 2.4% 정도로 잡았다.
자연히 금리인하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07년 중순부터 FRB가 2~3차례에 걸쳐 0.75% 포인트를, 와코비아코퍼레이션은 3월부터 2차례 정도의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이는 현재 5.25% 수준인 연방기금금리가 새해 중 4.5~4.75%로 낮아지면서 경기 확장을 지지할 것이란 얘기다.
급격한 소비 위축 없다
침체된 주택경기, 지속되고 있는 금리인상 여파, 저성장 등은 소비심리 위축 및 실업률 증가 등으로 이어지며 소비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FRB의 금리인상 여진이 작동하며 새해에 약 1조 달러 규모의 모기지론 대출에 대해 금리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는 미국 중산층 이하 약 400만~500만 가구가 영향을 받는 규모다.
또 S&P나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4.4%였던 실업률도 새해엔 5% 수준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며, 역시 소비 둔화의 변수가 될 것임을 예측했다.
하지만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 개인소득의 꾸준한 증가세, 소비자 유가 하락 등의 효과를 감안하면 급격한 소비 위축이 올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GDP 2~3% 성장
소수의 비관론과 다수의 낙관론이 병존하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주택경기와 주택담보대출 축소 등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심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GDP 성장률을 2% 내외, 와코비아뱅크는 1.9% 정도로 예측해 중립적인 입장에 섰다. 모건스탠리나 월스트리트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보다 높은 3%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낙관론도 내고 있다.
달러 하락세 지속
달러는 지난해 유로 등 세계 주요통화에 대해 평균 8.2% 하락했다. 이 같은 추세는 새해도 당분간 이어져 5% 이상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특히 현지 통화 팽창에 따른 인플레 우려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로 대비 달러 하락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성장세가 9~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위안화에 대해서도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금리인상 움직임이 당장은 없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큰 등락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달러 하락 폭 보다는 속도에 주목하고 있는데, 상반기 중 급속한 하락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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