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운영되나스폰서는 '연구성과물 이용' 권리 가져
이공계 교육의 전당인 MIT 중심부에 위치한 미디어랩은 100달러 노트북으로 잘 알려진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 등을 중심으로 1985년 설립됐다.
설립목적은 전통적인 학문간 벽을 허물어 공동연구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비전을 제시하자는 것. 통신ㆍ방송 융합,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한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사용한다는 개념), 유비쿼터스(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는 개념) 등 현 세대의 핵심 디지털 테마들을 정확히 예측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독특하다. 150여개의 기업ㆍ단체가 미디어랩의 스폰서를 맡으며, 이를 통해 전체 연구비가 충당된다. 이중 기업 지원금이 약 80%, 정부나 관련 시민단체의 기부가 나머지를 채운다. 전체 운영비용은 1년에 약 3,200만 달러. 미디어랩의 스폰서가 되려면 연간 최소 20만달러를 내야 하며,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75만달러 이상을 내기도 한다. 연구비를 지원한 기업은 미디어랩의 성과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 같은 산학협력 모델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스탠포드의 X미디어 컨소시엄을 비롯, 뉴욕대학과 아리조나 대학 등에도 비슷한 기관이 생기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도쿄의 첨단 기술연구소가 최근 오픈했고, 한국의 카이스트, 한국정보통신대(ICU)에서도 관련 조직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물론 모든 연구가 순탄한 것 만은 아니다. 기업들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상상력’연구에 대한 투자를 갈수록 꺼리는 분위기이고, 학계에서도 쉽게 검증하기 어려운 미디어랩 특유의 학풍에 반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랩의 생각은 다르다. 이 곳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 학생은 “역설적인 얘기지만 기존 학계나 기업 모두가 불만족할 때 미디어랩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쉽게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 기존 학계가 동의하는 학문적 접근법이라면, 굳이 미디어랩에서 다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꿈을 키우는 곳입니다. 그 꿈은 언젠가는 꼭 현실이 됩니다. 당장 상업적 쓸모가 없다고, 접근방식이 파격적이라고, 상상력을 접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보스톤= 문준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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