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례에서 벗어난 속전속결식 후세인 사형 집행에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물론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은 이번 처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가설은 이라크 정부의 결정에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얘기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략수정을 앞두고 서둘러 ‘전환점’을 찍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3년 3월 이라크 공격 때 미국의 주된 명분은 대량살상무기 제거였다. 그러나 2년 동안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이라크에서는 저항세력의 끈질긴 공격으로 최근까지 2,998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급기야 미국 국민의 70% 정도가 이라크 전쟁이 잘못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게 됐다.
결국 부시 행정부도 내부적으로는 이라크로부터 ‘영예로운 퇴진’ 등 전략수정을 모색하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국면전환을 위한 ‘인상적인 전환점’으로 후세인 처형 드라마가 서둘러 기획됐다는 것이다.
후세인의 처형이 훼손된 이라크 전쟁명분을 보전하는 ‘정치적 상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 대신 획득한 ‘전리품’이라고는 그 동안 ‘독재자’ ‘잔학한 반인륜 범죄자’ ‘괴물’ 등으로 포장된 후세인 한 명 뿐이었다. 그래서 그나마 후세인의 처형을 통해 이라크 전쟁이 반인도적 행위 등에 대한 단죄의 의미도 있었다는 메시지를 환기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처형은 부시 행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맹방을 자처해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도 “이번 처형은 정치적, 역사적으로 실수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며 냉소적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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