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9일 밤(현지시간) 사담 후세인 사형 집행 때 취침 중이었다면서 공식 반응도 미리 준비된 길지 않은 성명으로 대신하는 등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2주일 이내에, 늦어도 새해 연두교서가 발표되는 1월말 이전에 새 이라크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부시 대통령에게 후세인 처형은 이 정책변화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를 현실화시켰음을 의미한다. 즉 후세인 처형이 몰고 올 단기적 혼란까지 감안해서 새 정책을 짤 필요가 있었고, 그렇게 할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이렇게 보면 부시 대통령의 새 이라크 정책의 변화 폭은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시 대통령은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스콧 스탠즐 백악관 부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후세인 처형에 대해 “이라크가 민주주의로 가는데 중대한 이정표”라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이라크 내 폭력사태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후세인 처형은 이라크 국민과 이라크 주둔 미군들이 어려운 해를 마감하는 때에 이뤄졌다”며 “많은 어려운 선택들과 더 많은 희생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후세인 처형이 매듭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인식이다. 또 “후세인은 공정한 재판을 거쳐 처형됐으며 이는 법치사회를 만들려는 이라크 국민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제, “미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 이라크 신생 민주주의가 계속 발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자신의 목표를 거듭 확고히 했다.
후세인 처형 후 증폭될 이라크 내 혼란 상황과 관련해선 부시 대통령이 1만5,000~3만명 정도 미군의 이라크 증파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후세인 처형을 주장해온 시아파 출신 누리 알 말리키 총리의 권력기반을 강화시켜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다수파인 시아파와 소수파인 수니파, 그리고 쿠르드족 영역으로의 이라크 3분할 까지는 아니어도 이들의 충돌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치안분리또는 자치강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12월중 이라크 주둔 미군의 사망자수가 108명으로 월별 사망자수로는 최고를 기록하는 등 조만간 이라크전 사망 미군 수가 3,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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