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 우리 나이로 이제 서른 여섯이 되었다. 남들은 그 나이쯤에 무엇을 하며 지냈나 흠흠, 하며 살펴봤더니 금세 풀이 죽어버렸다. 누구는 서른 셋에 <양철북> 을 출간했고, 또 누구는 서른 다섯에 <서울 1964년 겨울> 을 발표했다. 서울> 양철북>
누구는 나이 서른에 <이방인> 을 썼으며, 또 누구는 서른 넷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을 집필했다. 누구는 그 나이에 2선 국회의원이 되었으며, 또 누구는 장군이 되었고, 옛날 어느 친구는 서른 셋에 전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혔다가, 부활하기까지 했다. 나는 그냥… 장가만 들어 있었다. 인간적인> 이방인>
세상 온갖 잘난 친구들의 약력을 살펴보다가 풀 죽은 목소리로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친구가 대뜸 “평균 수명을 봐야지, 이 친구야” 했다. 친구의 지론에 따르면 십자가 형벌이 행해질 땐 평균 수명이 마흔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럼 지금 나이론 한 예순쯤 된다는 계산. 단순하게도, 너무도 단순하게도, 친구의 그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내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흠, 그럼 이제 난 겨우 스물 두 살이겠네. 해가 바뀔 때마다 달력을 보며 이렇게 위로만 하고 앉아 있으니,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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