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후보ㆍ 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이소연
어렸을 때 동생들과 TV 앞에 옹기종기 앉아서 SF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도 어른이 되면 저런 우주선의 멋진 박사님이 되어야지.” 하지만 자라면서, 제가 했던 생각은 단지 꿈일 뿐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꿈은 바뀌어 갔습니다. 대통령이 되는 것이 우주인보다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고, 또 좀더 자라면서는 그 역시 현실적인 꿈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꿈은 점점 바뀌어 왔습니다.
평범한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으로 연구실에 나왔다가 어느날 신문에서 우주인 선발 관련 기사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 우주인은 무슨…’ 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려다 눈에 들어왔던 단어가 ‘과학 실험 임무’였습니다. 과학을 하는 대학원생으로 선발과정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원을 맘 먹었고, 관련 기사를 주의깊게 읽고, 날마다 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를 드나들며 선발 공고를 기다렸습니다.
자기소개서 및 이력을 통한 선발인 서류심사를 시작으로, 거의 매달 한번씩 있었던 평가는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평가과정에서의 가장 소중한 경험은 어쩌면 엉뚱하거나 비현실적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우주인’이라는 목표를 함께 나누는 동료들을 얻은 것이었습니다. 경쟁보다는 꿈을 나누는 동료로서 서로를 아끼고 도와주고 격려해주면서, 정말 모든 지원자들이 한 꿈을 향해 같이 달려나가는 동반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동반자들이 있었기에, 어려운 선발과정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고 또 그 과정을 즐겁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지난 8개월 동안의 긴 선발과정이 아주 짧게만 느껴집니다. 수많은 테스트가 끝났고 현재 최종 후보 2명이 선정되었지만 절대로 여기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칫 러시아 우주선의 관광객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우려에 그치고 사실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서 할 일일 것입니다. 지금의 우주인 양성 과정은 다른 나라의 앞선 우주기술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발전시킬 대한민국 우주과학 발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발대는 여행지에 먼저 갔을 때, 그곳을 음미하고 관광하기보다는 이후 다른 모든 일행의 여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관찰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2007년은 우리 우주인 최종 후보가 대한민국 우주과학 발전을 위한 선발대가 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음직한 우주비행, 그리고 우주에서의 임무수행, 이 4,000만 국민의 꿈을 이룰 우주인으로서 손색없는 대한민국의 후보가 되도록 노력하는 모습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2007년은 우주인은 물론, 우주과학 발전을 기대하는 모든 분들이 그 결과에 함박미소를 지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어느 교수님께서 “피나는 노력의 결과는 어느날 행운처럼 다가온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2007년이 모든 국민의 관심 속에 계속되었던, 그리고 수많은 연구자들과 관련자들이 꾸준히 노력해온 우주과학 관련 연구의 결과가 행운처럼 다가오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되는 노력의 결과가 어느날 행운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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