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가 딱 중간 정도의 길 위에 선 것 같아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가졌고, 질풍노도의 시기죠. 멀리도 보고 뒤로도 보고 하면서, 중간쯤의 시선으로, 길 위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소설가 이기호(35)씨가 새해부터 황인숙 시인의 뒤를 이어 <길 위의 이야기> 를 연재한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와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를 통해 맛깔스런 입담과 유쾌한 상상력을 선보인 이 젊은 이야기꾼은 “신경 안 쓰고 무덤덤하게 지나가는 삶들이 많았는데, 하나하나 챙겨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돌아온 차례를 반겼다. 갈팡질팡하다> 최순덕> 길>
머리 속에 아이디어가 꽉 찼는지 그는 “이것도 <길 위의 이야기> 에 쓸 건데…”라는 말을 앞머리에 자주 붙였다. “ <길 위의 이야기> 를 연재한다고 하니 원주에 계신 아버지께서 특히 좋아하셨어요. 걱정이 아주 큽니다. 아버지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을 자주 등장시킬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큰 불효를 저지를 것 같네요.”(웃음) 지난해 결혼해 현재 임신 5개월째인 그의 아내는 <길 위의 이야기> 에서 가장 자주 만나게 될 주요 등장인물. 잠들기 전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인사한다는 아내와의 알콩달콩한 에피소드부터 아버지, 할머니, 친구, 선후배들과의 일상다반사를 통해 그는 보석 같은 삶의 순간들을 채굴할 것이다. 길> 길> 길>
“연재를 준비하기 위해 선배들의 <길 위의 이야기> 들을 다시 다 읽어봤는데 정말 나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됐어요. 저마다 개성은 달랐지만 모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품고 있었거든요. 나는 어땠나 생각해보면 버석거리는 관계, 애정 없는 관계가 많았던 것 같아요. 작가라면 선배들처럼 모두 보듬어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는 <길 위의 이야기> 를 쓰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 했다. “진짜 길 위로 나가 길 위를 헤매고 다닐 겁니다. 이 연재를 끝내고 나면 인간관계도 좋아지고, 왠지 사람이 돼 있을 것 같아요. 하하.” 길> 길>
그에게 길은 “우연과 우발과 비논리의 공간”이다. 그게 삶이 종종 길로 상징되는 이유일 테다. “이순원 선배의 글이 고향집 대청마루에 앉아 턱 괴고 듣는 농사 짓는 삼촌의 이야기 같았다면, 황인숙 선배는 아주 작은 존재들을 보듬는 이모의 따뜻한 속삭임 같았죠. 김영하 선배는 서울로 유학 간 형이 방학 때마다 내려와 들려주는 서울 이야기 같았고, 성석제 선배는, 음…, 가족 같지는 않고 뭐랄까요, 우리의 허위와 위선을 낱낱이 드러내주는 아이러니가 좋았어요. 아, 나는 큰일이네. 저는 아마 우발적으로 사고 치고 경찰서 들락거리는 막내동생 같은 얘기가 되겠죠? 길 위에서 벌어지는 우연적이고 비논리적인 일들, 그런 것들을 가감 없이 써보고 싶습니다. 그게 삶이니까요.”
◆ 이기호
▦1972년 강원 원주 출생
▦1997년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현재 명지대 문창과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중.
▦1999년 월간 <현대문학> 으로 등단 현대문학>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갈팡질팡하다> 최순덕>
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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