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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정동영 일단 의기투합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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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정동영 일단 의기투합했지만…

입력
2006.12.2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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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신당’ 추진에 합의한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각각 염두에 두고 있는 대권 셈법은 뭘까. 당장은 신당 창당에 의기투합했지만, 범 여권의 대선후보는 1명 뿐이란 점에서 두 사람이 동상이몽을 하고 있음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신당 추진과정에서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선 신당에 참여할 제(諸) 세력, 즉 노무현 대통령 및 친노 세력과 고건 전 총리측, 민주당, 정치권 외부세력 등에 대한 입장과 이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견 이에 대한 두 사람의 공식 입장은 대동소이하다. 노 대통령과 친노 세력에 대해선 신당이 우리당의 창당 정신을 계승ㆍ발전시킬 것이고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고 전 총리측에 대해선 대북 포용정책에 관한 고 전 총리의 견해에 우려를 표명하고, 민주당과의 선(先) 통합에 대해서도 거리를 두는 것도 엇비슷하다. 정치권 외부세력의 적극 참여를 주문하는 데는 한 목소리다.

하지만 두 사람이 우리당 창당 이래 개혁과 실용진영의 대표주자였다는 점에서 향후 양측의 핵심적 연대 대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김 의장은 외부세력의 수혈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념이나 정치 노선에서 가장 근접해 있는 노 대통령과 친노 진영이 신당에 동참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잠재적 경쟁자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띄우기에 적극 나선 것이 단적인 예다. 대신 신당파 가운데 당내 ‘안개모’나 ‘실사구시’ 등 실용ㆍ보수진영과는 부동산정책과 대북 포용정책 등을 중심으로 정책 논쟁을 준비 중이다.

정 전 의장은 당내 실용그룹을 묶는 게 관건이다. 고 전 총리와는 지역은 물론 정치 성향상으로도 중첩되는 터라 자칫하면 자신의 지지그룹이 ‘고건 신당’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당’ 추진이 노 대통령 배제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민감한 것도 노 대통령의 격한 반발로 당이 격랑에 휩싸일 경우 고 전 총리쪽으로의 원심력이 커지면서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용진영을 단결시키는 과정에서 김 의장측과 노선투쟁이 불가피하다.

결국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연초부터 신당의 정체성을 두고 힘겨루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김 의장이 신당에 참여할 비중 있는 외부세력을 확보한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당 내 세력 분포상 정 전 의장이 신당의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도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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