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 뉴욕에서 재개될 것으로 알려진 금융제재 관련, 북미 실무그룹 협의가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성과 없이 끝난 베이징(北京) 북핵 6자회담 이후 미국에서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이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와 관련된 대북 금융제재 문제 협의에 대해 생각이 바뀌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북한의 협상 전략에 끌려 다니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핵 폐기와 관련된 이른바 ‘초기 조치’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 보장 없이 중국의 중재 약속만을 믿고 섣불리 6자회담에 임한 데 대한 비판론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안하느니만 못한’ 회담이었다는 얘기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 “BDA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아쉬워하는 사안”이라면서 “6자회담의 구체적 진전에 대한 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과 BDA문제만을 놓고 협상을 벌인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베이징 6자회담에서 미국측이 BDA문제와 관련된 1월중 뉴욕 접촉에 대해 운을 띄운 것은 6자회담 진전을 위한 포석이었지 BDA문제에 대한 미국의 해결 의지를 반영한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미국측은 또 핵 폐기에 대한 북한의 진지한 협상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BDA를 통한 금융제재가 ‘효과적’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핵 문제에 관해 어떠한 결단을 내릴 만한 ‘한계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접근방식은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되 금융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등 압박 정책이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때 까지 기다려 봐야 한다는 주장과 맞물려 있다. 베이징 6자회담이 진전을 이루기는커녕 안보리 제제 결의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긴장감만 떨어뜨려 놓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변화 양상을 보였던 중국 태도에 대한 실망감도 미국측이 협상전략 재평가에 나서는 큰 이유 중 하나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과 얘기하기 보다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압박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팽배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이러한 기대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것이 확인됐다. 때문에 BDA문제 보다는 중국에 공을 들이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BDA관련 북미 협의에 임하지 않을 경우, 어쨌든 대화와 해결의 기회를 거부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에 직면할 수 있어 한동안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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