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삼성 이건희, 현대차 정몽구, LG 구본무, SK 최태원 회장 등 4대그룹 총수와 만나 최근 기업 상황, 내년 경제전망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회에 앞서 별도로 마련된 환담 자리에서다.
노 대통령이 4대그룹 총수를 한꺼번에 별도로 만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때문에 참여정부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재벌 또는 대기업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했다. 대통령과 4대그룹 총수의 만남은 정작 이날의 본행사인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회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30분 가량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접견실로 입장,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날씨, 건강 등을 주제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재계의 적극 투자를 요청하면서 4대 그룹의 주요 사업 추진 현황에 관심을 표명한 뒤 재벌 총수들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당초 관심을 모았던 기업인 특별사면 요청이나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규제 완화 등 재계의 민원성 건의는 나오지 않았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록.
◇노 대통령 = 수출 3,000억 달러 달성, 경제 5% 성장 등 금년 경제를 이끌어준 기업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내년에도 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이 적극 역할을 해달라. 부품산업 기술은 대기업 지원으로 선진 수준을 많이 따라가고 있는데 소재산업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렵고 기술 격차도 크기 때문에 대기업이 관심을 기울여달라.
최근 우리나라는 원자력 대체 에너지, 핵융합 발전기술 개발 등으로 고유가에 대처하고 있으나, 에너지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과 자원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으로 에너지 문제를 장기적 차원에서 접근해달라. 내년 7월 결정되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내년 12월 결정되는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대기업들이 지원해달라.
◇ 이건희 회장 = 금년 기업 상황이 고유가와 환율로 좀 힘들었으나 현재보다도 앞으로 5년,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 사느냐는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
◇ 정몽구 회장 = 현대차는 75%가 수출이다. 환율이 급락하면서 손익면에서 여러 가지로 좋지 않다. 현대제철 등의 투자를 최대한 확대해 일자리를 늘려 나가겠다. 지난번 여수 박람회 유치를 위해 노력했으나 좌절됐다. 2012년 박람회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
◇ 구본무 회장 = 금년 준공된 LG 필립스 공장이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로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되면 관련 회사들이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
◇ 최태원 회장 = SK가 대통령의 자원 정상외교로 원유와 가스개발에 크게 도움을 받았다. 자원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정부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은 물론 중국, 일본과의 협상도 추진해야 한다. 글로벌 경영을 위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노력을 적극 지원해달라.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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